내년부터 만 0~5세 영·유아를 둔 가정은 소득에 관계없이 양육수당이나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당초 올해까지 모든 가구에 지원하던 0~2세 보육료를 내년부터 소득하위 70%에만 주겠다는 예산안을 내놨지만 국회가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키로 뒤집은 것이다. 보육료는 보육시설에 맡길 때, 양육보조금은 가정에서 키울 때 주는 지원금이다.

국회가 전면 무상보육안을 관철시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소득하위 70% 선별지원안을 발표해 정책혼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육예산이 급증하는 데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와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뭐가 달라지나

새누리당은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과 당정협의를 하고 ‘0~5세 무상보육’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도 여야 협의를 통해 내년도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 부족분 1조4000억원(지방자치단체 부담분 포함)을 증액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선별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은 폐기된 것.

우선 0~2세 아이를 가진 부모는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자녀 연령에 따라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과 별개로 아이를 어린이집 등 시설에 보낼 경우 30만~55만5000원 정도를 보육료로 지원받게 된다.

정부는 당초 보육료 지원을 소득하위 70%만 하고, 소득상위 30%는 양육보조금을 부모가 부담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었다.

또 0~2세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양육보조금을 별도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까지는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양육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시설에 보내지 않는 다른 가구는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될 사람도 시설로 몰려 정작 필요한 사람이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와 함께 0~2세 영아를 가진 맞벌이 주부와 전업주부를 구분해 지원하려던 정부안도 폐기됐다.

3~5세 아동에 대한 보육료와 양육보조금 지원도 확대된다. 보육·교육 통합프로그램인 ‘누리과정’의 경우 올해까지 만 5세는 소득에 관계없이, 3~4세는 소득하위 70%만 17만~20만원을 지원받았다. 내년부터는 3~5세 아동은 일괄적으로 22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시설에 보내지 않을 때 주는 양육보조금도 신설됐다. 정부는 당초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가정 가운데 소득하위 70%에만 1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국회는 모든 가구에 주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상복지 확대되면

여야는 전면 무상보육 실시로 보육예산을 1조4000억원가량 추가로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내년 보육부문 전체 예산은 4조9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보육 예산증가율은 전년 대비 58%에 이르게 된다. 내년 복지부 전체예산 증가율(수정 전) 1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보육예산 증액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이를 신호탄으로 무상·보편 복지가 확대되면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육에 적용된 보편·무상복지 원칙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경우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소득하위 70%인 대상자를 모든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하면서 금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시행 시기는 미정이지만, 이 공약대로 실행되면 당장 연간 5조원에 육박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인구구조상 65세 이상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앞으로 예산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와 함께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5250억원을 추가 증액해 내년에 총 1조250억원을 배정키로 합의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