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시절부터 인사 검증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부실 검증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 관계자는 30일 말했다. 인사와 관련해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면 야당의 거센 공격 등으로 인해 초반부터 국정운영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단행한 새 내각 인선 때 인사 검증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008년 2월18일 새 정부 내각 장관 내정자들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등이 취임도 하기 전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남 내정자는 자녀 이중국적, 박 내정자와 이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원인이 됐다. 당시 인수위는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참모를 지냈던 한 인사는 “초기 인사 실패로 정부 신뢰에 금이 가게 됐고, 미국산 소고기 파동의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인사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정권 인수인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과 경찰로부터 존안(存案)자료 등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인터넷 검색과 언론사 인물정보를 활용해 일일이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보를 틀어쥔 당시 여권은 우리에게 넘겨주지 않은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장관 후보자들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우리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했고, 2010년엔 김태호 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현 정부 내내 인사 검증시스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 등이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로,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탈세 의혹 등으로 물러난 바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