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새벽 저 멀리서 돋아오를 해를 기다리는 마음은 얼마나 설레고 성스러운가. 마치 세상이 처음 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해를 기다린다. 마침내 바닷속에 잠겼던 해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며 오메가(Ω)모양을 이루면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새 세상의 도래를 환영한다.

날마다 떠오르는 해지만 새해 첫날, 첫달에 보는 해돋이의 의미는 또 새롭다. 새해 첫 나들이로 일출 여행이 제격인 까닭이다. 국토의 동쪽 끝에서도 좋고 남쪽의 끝섬 마라도에서도 좋다. 한국관광공사가 새해 일출 여행지로 추천한 동해 끝섬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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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일출과 활기찬 저동항의 아침

국토의 동쪽 끝, 독도에서 첫 해를 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3월까지는 독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을 운항하지 않는다. 이런 아쉬움을 달랠 만한 일출 명소가 울릉도의 동쪽 끝에 있는 내수전 일출전망대다.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은 물론 저동항과 행남등대, 죽도와 섬목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말머리를 닮아 말바위라 불리는 북저바위와 어우러진 내수전 일출은 울릉도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성인봉의 웅장한 자태는 보너스다.

내수전(內水田)은 울릉도 육로 관광의 시작점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섬목까지 4.4㎞에 불과하지만 아직 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차로는 갈 수 없다. 하지만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에 이르는 옛길(7㎞)은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차를 돌려 나오면 동해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에 닿는다. 1967년 어업 전진기지로 지정된 저동항은 울릉도 주변에서 잡힌 오징어의 대부분을 취급하는 곳. 저동항의 아침은 오징어 할복(배따기) 작업으로 활력이 넘친다. 아낙네들의 칼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모두가 ‘달인’ 수준이다. 할복 작업이 끝난 오징어는 바로 대나무에 꿰어 바닷바람에 말리는데, 대나무를 오징어 머리 중앙에 꿰는 건 울릉도만의 특징이다. 저동항 방파제 앞 촛대바위는 울릉도의 또 다른 일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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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중심, 도동항 산책

저동항에서 도동리로 접어드는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육로 일주가 시작된다. 도동항이 있는 도동리는 울릉도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 울릉군 인구의 70%가 도동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울릉군청, 식당과 숙박 시설도 이곳에 집중돼 있다. 울릉도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 바로 도동리다.

울릉도의 중심지인 만큼 도동리에는 볼거리도 많다. 도동항에서 천천히 걸어도 20분 남짓이면 닿는 도동약수공원에는 독도박물관과 향토사료관, 독도전망대가 있다. 철분, 탄산,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도동약수는 단맛 빠진 사이다에 철분을 섞어놓은 듯한 맛이다.

안용복장군충혼비와 청마 유치환의 ‘울릉도’ 시비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멋스러운 현대식 건물로 지은 독도박물관에 닿는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독도박물관에는 작고한 이종학 초대 관장이 30여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도 관련 자료와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울릉도 개척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향토사료관도 둘러볼 만하다.망향봉에 있는 독도전망대까지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일출은 물론 해질녘 도동항을 나서는 오징어잡이 배도 구경할 수 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줄지어 도동항을 떠나는 도동모범(道洞慕帆)은 울릉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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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항 좌우에 있는 해안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깎아지른 행남봉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좌안의 행남해안산책로는 꼭 가봐야 할 코스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기기묘묘한 해식동굴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에 닿을 정도다.

◆울릉섬 육로 일주 흥미진진

도동항을 뒤로 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시원스런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울릉도 육로 일주의 제맛은 지금부터다. 울릉도의 일주도로는 서면 태하리에서 북면 현포리에 이르는 일부 산간도로를 빼고는 대부분 이처럼 시원스런 해안도로다.

울릉 신항 공사가 마무리된 사동항에서 거북바위가 있는 통구미까지는 잘 뻗은 직선도로가 4.5㎞가량 이어진다. 통구미터널과 남통터널을 지나 태하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풍경도 멋지지만 우산국(于山國) 시절 우해왕의 전설을 간직한 사자바위와 투구봉, 비파산, 울릉 주민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태하 성하신당 및 태하리 해안산책로도 놓치지 말고 둘러봐야 할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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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리에서 차를 돌려 약간 지루하다 싶은 산간도로를 지나 북면 현포리로 들어서면 다시금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발 아래 현포항을 두고 공암(코끼리바위)과 노인봉, 송곳봉(430m)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현포항과 천부항을 지나 삼선암이 있는 선창 부근으로 들어서면 육로 일주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삼선암은 공암, 관음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절경의 하나다. 세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가 주변 경관에 취해 돌아갈 시간을 놓쳐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삼선암 주변 바다는 유독 옥빛으로 반짝인다. 삼선암과 멀지 않은 곳에 울릉도의 부속 섬 가운데 죽도 다음으로 큰 관음도가 있다. 지난 8월 연도교로 본섬과 연결된 관음도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울릉군 관광안내소 (054)790-6454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