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상징' 은마아파트, 추락하다 못해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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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길 하나를 두고 마주선 대치쌍용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치쌍용아파트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은마아파트와 마주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사업추진이 안갯속인 상황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침을 겪은 반면 대치쌍용아파트는 강남구의 공공관리 하에서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에 들어간 상황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미 11년 전 재건축 추진을 시작했고 대치쌍용아파트는 이제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므로 두 단지의 사업추진 속도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는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대치쌍용이 정비구역 지정을 먼저 받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은마아파트, 단지내 15m 도로 문제 해법 찾아야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총 28개동 4424세대가 있는 대단지 아파트다. 사람이 많으면 이해관계가 엇갈려 의견조율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사업을 추진할 추진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추진위원장을 교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일부 주민들이 주장하면서 선거는 무효로 돌아갔고, 법원은 당시 당선된 추진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추진위원장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위원들의 임기마저 끝이 나 현재 사업을 주도할 사람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이 주민총회를 열어 추진위를 새로 구성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총회가 열리고 새로운 추진위의 구성이 확정될 때까지는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추진위를 새로 구성하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단지내 도로 문제다. 도로 문제는 사업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사안이며 전임 추진위원장의 교체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06년 추진위원회가 제출한 은마아파트 사업계획서의 조감도를 확인한 후, 단지 내부를 관통하는 15m 폭의 도로 건설에 대한 주민 공고·공람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시 추진위원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업성을 크게 해쳤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 당시에도 거주했던 한 주민은 “도로 건설에 대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추진위원회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단지 내에 15m 도로가 생길 경우 도로 주변 단지의 높이가 제한을 받게 된다. 이는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서울시의 기본계획에 반영돼 있으며 도로의 폐지 자체도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이 더 걸리는 일이다. 재건축사업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전망이 안갯속인 이유다.
재건축의 계획단계인 구역지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은마아파트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동안 마주 한 대치쌍용 아파트는 강남구에서 정비구역 공람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며 속도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길 하나를 두고 재건축 사업의 운명이 전혀 다르게 전개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공공관리제 선택 대치쌍용, 대치우성1차와 공동개발 관심
은마아파트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대치쌍용아파트는 1차 630세대, 2차 364세대로 총 994세대의 단지다. 재건축은 두 단지가 함께 진행된다.
동대표 등 입주자 대표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강남구와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계획 수립도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만든 정비구역 계획은 지난 21일부터 주민공람에 들어갔다. 강남구청 주택과와 대치2동주민센터에 계획안이 비치됐으며 내년 1월21일까지 공람이 진행된다.
27일에는 강남구가 대치쌍용 1차와 2차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치2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비구역 계획에 따르면 대치쌍용1차는 1090세대, 2차는 612세대로 재건축된다. 1차와 2차를 합쳐 총 708세대가 늘어난다. 60㎡(18평)이하로 지어질 임대주택은 1차 144세대, 2차 73세대로 총 217세대에 달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일반분양분은 600세대를 넘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사업진행 속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주민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2014년까지 유예된다는데 적용대상이 될 지 모르겠다”며 “가능한 한 빨리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일기 강남구 주택과 주택개량팀장은 이에 대해 “초과이익 환수 유예 대상이 되려면 2014년까지 관리처분신청을 마쳐야 한다. 현재 정비구역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 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조합설립 등 절차를 거쳐 관리처분신청까지 해야 한다”며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장 빨리 진행하면 재건축이 언제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빠르면 6년여지만 오래 걸리면 8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대치쌍용2차와 붙어있는 대치우성1차 아파트와의 공동개발이었다.
한 주민은 “현재 정비구역계획에 우성1차와의 공동개발이 안들어가 있는데 만약 우성1차에서 재건축을 하기로 하면 공동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대치우성1차는 기역자(ㄱ)로 생겨 니은자(ㄴ)로 생긴 대치쌍용2차와 맞물려 있다. 이에 두 단지를 함께 개발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 팀장에 따르면 현재 대치우성1차 아파트는 재건축을 시행할 지 여부를 두고 아파트 입주대표들과 강남구가 공동으로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대치우성1차의 문정호 관리소장은 “지금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제 재건축을 할 것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대치쌍용아파트는 정비구역계획에 대한 공람이 끝난 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주민들 중에도 추진위 구성 등 향후 일정에 관심을 표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정비구역지정 계획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은마아파트와의 속도 역전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