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또 3000억 계약 날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태양광 부진에 '먹구름' 지속…올해 8500억 해지
"공급 과잉 조만간 해소…2014년엔 회복" 분석도
"공급 과잉 조만간 해소…2014년엔 회복" 분석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는 OCI는 일본의 웨이퍼 제조업체 스페이스 에너지와 체결한 3041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 2건이 해지됐다고 28일 공시했다. 2008년과 2009년 태양광 시장이 호황을 누릴 당시 7년간의 장기 계약을 맺었으나 시장 침체로 3~4년 밖에 공급이 지속되지 않았다. OCI 측은 “스페이스 에너지가 경영실적 악화로 태양광 사업을 접으면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해지 이유를 설명했다.
연산 4만2000t으로 세계3위의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는 불과 열흘 전에도 국내 태양광 소재, 부품 제조업체인 세미머티리얼즈와 체결한 2417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해지당했다. 올해 초엔 미국 에버그린솔라와 맺은 3200억원의 공급계약도 깨졌다. 해당 기업들이 업황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거나 태양광 관련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연산 1만5000t의 한국실리콘뿐 아니라 각각 3000t, 7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온 KCC, 웅진폴리실리콘 공장도 앞서 가동을 멈췄다.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쓰는 잉곳·웨이퍼 등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해 폴리실리콘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는 넥솔론과 웅진에너지 등도 지난 3분기 3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봤다.
태양광 업황은 지난해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수요가 줄었고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했다. 증설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들마저 제조 원가에도 못 미치는 판매 가격 때문에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빠졌다.
태양광 가격정보사이트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15.35달러였다. 지난해 3월 ㎏당 80달러대에서 올초 30달러 선으로 떨어진 이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는 20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재고를 줄이며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000년대 들어 계속된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암흑기를 거치며 기업들이 태양광 사업 진출을 철회하거나 추가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을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화는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는 올해 독일의 세계적인 태양광 회사인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재탄생시켰고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여수에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도 건설 중이다.
태양광 업계의 ‘보릿고개’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는 “2013년까지 경쟁력을 상실한 태양광 업체들이 정리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2014년부터는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