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6일 오후 1시55분

정부가 지난 9월 첫 발행한 30년물 국고채가 올해 슈퍼리치의 ‘최악의 재테크’ 상품 중 하나가 됐다.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단기 차익을 노린 거액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최대 8%대 평가손실을 떠안게 됐다.

민간채권평가사들은 27일 현재 국고채 30년물 가격을 액면 1만원당 9248원으로 평가했다. 2042년 12월10일까지 6개월마다 액면금액의 3.0%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의 매매 기준가격이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민평 금리)로는 연 3.41%에 해당한다.

국고채 30년물 민평 금리는 9월11일 최초 상장 당시 연 3.02%(액면 1만원당 9888원)였다. 10월 중순엔 연 2.95%(1만51원)까지 떨어지며 과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후 금리가 상승 전환하면서 평가손실을 초래했다. 지난 10월 최고 가격인 1만51원에 산 채권을 지금 팔면 803원(7.99%)의 손실을 봐야 한다. 당시 1억원어치를 산 투자자라면 799만원의 평가손을 본 셈이다.

증권사들은 초저금리시대에 장기간 이자수익을 확정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거액자산가를 상대로 30년물 국고채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는 금리 인하에 따른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돈을 넣었다. 당시엔 연말까지 민평 금리가 0.46%포인트나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는 드물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채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은 “장기채 투자 과열로 인해 축소됐던 장단기 금리 차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려졌다고 보긴 이르다”며 “장기채 금리는 앞으로도 한동안 단기채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