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성장률이 2.0% 안팎으로 주저 앉을 것이 확실한 데 이어 내년도 2%대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내년 성장 전망치를 당초 4% 안팎에서 3.0%로 크게 낮췄다. 정책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도 내년 성장률을 내심 2%대로 보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사실상 2년 연속 2%대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다.

문제는 지금 같은 저성장 위기가 2년을 넘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성숙단계에 접어든 데다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 올해 1.3% 감소한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 2009년 3월 이후 최저다. 최근에는 엔화약세라는 역풍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일본식 장기 불황이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부동산 침체까지 지속될 경우 자칫 일본과 같은 위기가 닥치지 말란 법도 없다. 실제 부동산 주식 골프회원권 등의 자산시장 거품이 줄곧 빠지고 있는 데다 저출산 고령화까지 겹치는 등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물론 일본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침체가 주로 외부 요인 때문인 데다 일본과 달리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비교적 엄격히 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다를 것이라는 주장은 주관적 희망이 담긴 기대치일 뿐이다. 산업구조에서나 무역구조에서나 일본과의 차별성도 없다. 그런 면에서 “압축성장을 한 한국은 그만큼 압축도산을 할 우려도 높다”는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의 지적도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 한국 전문가인 그녀는 최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이 소프트랜딩하지 못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경제가 살아야 복지도 가능하고 일자리도 생긴다. 압축성장에서 압축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