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한광옥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정통 DJ맨’이다. 전두환 정권 초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내란음모죄로 구속돼 있던 ‘김대중 석방’과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처음 주장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에는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대변인을 지내며 동교동계로 분류돼 왔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 후보단일화 성사, 1999년 2월 ‘옷로비 사건’ 파문 속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1년10개월 동안 김 전 대통령을 보필했다.

수석부위원장으로 인선된 김경재 전 의원도 한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김 전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은 동교동계 출신이다. 김 전 대통령이 1971년 당시 신민당 대선 후보로 나설 때 선전기획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15년간 사실상 망명 생활을 했다. 미국 현지에서 ‘독립신문’을 창간하는 등 교민 사회에서 민주화의 불씨를 지폈고 ‘박사월’이라는 필명으로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 회고록’을 집필하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귀국한 이후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으며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전남 순천에서 출마해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통합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장은 원래 미국인으로 지난 3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본명이 존 린튼인 그는 5대째 우리나라에서 선교 및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린튼가 출신이다. 그의 진외조부(아버지의 외할아버지)이자 1895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펼친 유진 벨의 이름을 따 1995년 설립된 ‘유진벨 재단’과 함께 활발한 대북 지원사업을 펼쳤다.

역시 대통합위 부위원장을 맡게 된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 비교연구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인 1964년 발생한 ‘제1차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반대시위가 거셌던 당시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가 변란을 기도한 대규모 지하조직(인혁당)을 적발했다고 발표해 관련자 41명이 구속되고 이 가운데 13명이 기소돼 징역 등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 캠프에 합류한 뒤 상대 후보에 대해 ‘부엉이 귀신’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80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군 수뇌부를 향해 폭탄을 던졌던 항일 독립운동가인 윤봉길 의사의 친손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도 부위원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