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그늘…원산지표시 위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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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8380억 규모…대부분 중국産이 둔갑
생활용품서 전기모터 등 공업용 제품으로 확산
생활용품서 전기모터 등 공업용 제품으로 확산
지난 7월 광주세관은 중국에서 만든 유모차와 카시트를 수입하면서 원산지를 이탈리아라고 속인 업체를 적발했다. 이 업체는 무려 400억원어치에 달하는 유모차와 카시트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싸구려 저가 렌즈를 수입해 코팅 작업만 국내에서 한 뒤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한 안경 수입·제조업체가 양산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이 원산지를 속여 수출한 제품은 108억원어치에 달했다.
◆관세 인하 효과 노려
올 들어 이처럼 원산지를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관세 인하(철폐)에 따른 이득을 노리고 원산지를 위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
26일 관세청이 발표한 ‘2012년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실적은 83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급증했다. 2008년 317억원에 불과했던 적발 실적은 2009년 950억원, 2010년 983억원, 2011년 5004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급증세를 보였다.
FTA 체결 확대로 원산지를 속이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 예를 들어 중국산을 수입해 한국산으로 속여 미국이나 유럽 등에 팔 경우 과거에는 가격 차이만 노렸지만 FTA 이후에는 관세 인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또 중국산을 수입하면서 원산지를 한국과 FTA를 체결한 유럽산이나 미국산이라고 속여 국내에서 판매하려는 시도도 늘었다. 관세 부담을 줄이면서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려 팔 수 있기 때문.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의류, 손톱깎이, 인삼, 황새치 등 간단한 생활용품이나 농수산 식품에 그쳤지만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된 지난 7월 이후 전기모터, 와이어로프, 플랜지, 체인기어 등 공업용 제품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이런 추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범정부 차원 단속 나선다
원산지 표시 위반의 핵심은 싸구려 제품을 들여와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실제 생산했지만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629개 업체 중 434개 업체가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 표시를 속였다. 원산지가 일본인 경우는 21개 업체, 베트남인 경우는 17개 업체였다.
문제는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정직하게 무역을 하는 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은 이에 따라 불법 통관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오현진 관세청 기획심사팀 사무관은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많은 고위험 품목에 대한 상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통합 원산지 표시 단속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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