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긴축 경영을 해야 하니 광산 등 해외 자원 투자를 자제하는 게 맞다.”(재무 담당 A상무)

“철강 시황이 개선될 때를 대비해 좋은 건이라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원료 담당 B전무)

“사내 유보금이 7조원까지 간 것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한 특수한 경우였다. 지금의 3조원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전략 담당 C상무)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이 내년 위기경영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본사와 계열사 임원들에게 ‘토론 배틀’을 지시했다. 심층 토론을 거쳐 가장 효율적인 2013년 경영계획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다.

포스코는 사내 인트라넷에 임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토론방을 개설했다. 이 토론방에는 ‘경영전략’ ‘투자’ ‘재무’ ‘마케팅’ ‘원료’ 등 경영 부문별로 의견을 올리고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다. 임원들은 맡은 부문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올릴 수 있다.

다양한 의견과 제안, 주장 등을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최상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브레인 스토밍’이다.

정 회장은 “내년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러 초혁신경영을 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임원들은 업무 영역에 관계없이 포스코의 미래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방에는 포스코가 추진 중인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의 합병 등 계열사 구조조정과 철강 업계의 불황을 이길 수 있는 마케팅 방법,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한 포스코 임원은 “다른 부문 임원들의 이야기까지 듣다보니 시야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포스코경영연구소(포스리)에 토론방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 보고서를 만들도록 했다.

포스코는 조만간 정 회장이 주재하는 오프라인 임원 회의를 열어 이 보고서 내용을 내년 경영계획에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

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모여 토론방에서 논의한 내용을 심층 분석한 후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는 내달 말께 새해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3월22일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회의 장소는 200여명의 본사와 계열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하는 만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가 아닌 포항 본사가 유력하다.

현재까지 윤곽이 잡힌 포스코의 내년 경영계획으로는 신수요 개척과 원가절감 활동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꼽을 수 있다. 자동차 강판이나 에너지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도 확대하기로 했다. 자동차 강판의 일본 수출에도 적극 나선다.

조선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후판은 판매처를 다변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가 경쟁력을 가진 ‘월드 베스트’ 제품의 판매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2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