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4일 오전 6시14분


일부 구조조정 기업들의 대규모 자산 매각에 물꼬가 트이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주 유럽 핵심계열사 매각에 성공했고, 동양그룹은 보유 선박 등을 처분하며 자산 매각 작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2007년 이후 6번째로 매각 추진에 나선 쌍용건설도 다수의 인수 후보를 끌어모으며 ‘주인 찾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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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외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매물을 사두려는 수요가 살아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STX·동양 등 자산 매각 ‘급물살’

STX그룹은 지난 21일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STX OSV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 5월 공식적으로 OSV 지분 50.75% 전량 매각 추진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이다.

동양그룹은 20일 동양시멘트 보유 선박 9척을 350억원에 일괄매각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주)동양은 지난 12일 건재(동양레미콘), 가전(동양매직) 부문을 매물로 내놓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영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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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최초 매각 공고 이후 5년째 주인을 찾고 있는 쌍용건설도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인수 후보를 모집한 결과 모두 8곳이 참여한 데 이어 해외 부동산개발업체를 포함한 일부 후보들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완만한 경기 회복을 전망하는 업체들이 매물에 관심을 보이면서 기업 자산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해석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아파트 거래도 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을 땐 매수자를 찾아보기 어렵다가 조금 반등할 것 같으면 매기가 몰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며 “금융위가 한 고비를 넘기는 신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건설사 주인 찾기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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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부 건설사들의 매각 성공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성원건설은 12일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진덕산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해 경영정상화 전기를 마련했다. 또 신성건설은 지난달 JH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성원건설은 2010년, 신성건설은 2008년에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잠재적 인수자들은 건설경기가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하고 사업 확대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지수는 26일 154.29로 마감해 지난달 저점(11월16일, 136.82)에 비해 12.8%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기를 낙관하기엔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기 대신증권 경제조사실장은 “내년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