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골프 선수들을 후원한 기업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투자 대비 최고의 성과를 얻어낸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미미한 홍보효과에 그친 기업도 많다. 올 시즌 성적에 따라 기업들은 △대박 △성공 △무난 △부진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대박=‘빅 히트’는 주방가구업체인 넵스였다. 넵스는 김자영이 3승을 거두며 각종 매스컴에 회사 로고가 수시로 노출되는 행운을 누렸다. 넵스가 김자영에게 들인 돈은 연 계약금 1억2000만원에 성적 인센티브 1억8000만원 등 총 3억원. 넵스는 이 돈의 몇 배 이상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했다.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김하늘을 후원한 비씨카드도 홈런을 쳤다. 김하늘은 1승에 그쳤지만 대회마다 전년도 상금왕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비씨카드가 김하늘에게 지급한 연봉 개념의 계약금은 5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전미정이 일본에서 4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오른 데다 이지희도 2승을 올리며 진로재팬의 ‘알리미’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국내에서는 김대현이 우승하며 회사 홍보를 거들었다.

한국인삼공사는 유선영이 미국 LPGA투어 메이저대회 나비스코챔피언십을 석권한 데 이어 일본에서 이보미가 2승을 따내며 상금랭킹 2위에 올라 해외에서 인지도 제고에 큰 성과를 거뒀다.

◆성공=미래에셋은 신지애의 부활로 쾌재를 불렀다. 특히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석권해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LIG손해보험은 양제윤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동안 후원활동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양제윤이 2승을 올리고 대상까지 거머쥐면서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뒀다.

SK텔레콤은 최나연의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최경주의 미국 PGA투어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최경주도 국내에서 자신이 주최한 CJ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함으로써 회사의 후원에 보답했다.

유소연을 후원한 한화, 중국 선수 펑산산의 메인 스폰서인 코오롱 등도 투자 이상의 홍보효과를 뽑아냈다. 국내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정희원을 밀었던 핑, 국내 여자 상금랭킹 2위에 오른 허윤경을 보유한 현대스위스, 생애 첫승을 올린 장하나와 2승째를 따낸 이정민을 뒷받침했던 KT도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무난=선수 후원의 ‘큰손’인 금융권은 들인 돈에 비해 기대 이상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김경태가 미국 PGA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한 데다 시드 획득까지 실패하면서 가슴앓이를 했다. 강성훈마저 투어카드를 상실해 실망감이 컸지만 김민휘가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하나금융은 시즌 초반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김인경이 30㎝ 짧은 퍼팅을 놓쳐 우승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미림이 국내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이를 만회했다.

KDB금융은 박세리의 국내 우승으로 보답받았고 우리투자증권도 정혜진의 우승으로 안도했다. 롯데 역시 들인 돈에 비해 성공작이 없었으나 10월에 연 5억원을 주고 영입한 김효주가 마지막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간신히 ‘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KB금융은 양용은 한희원이 승수를 올리지 못했으나 양희영이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체면치레를 했다.

◆부진=메리츠금융은 기대를 모았던 박상현과 홍란이 우승에 실패했다. 단일기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후원하는 볼빅도 우승자를 내지 못했다.

골프선수 후원의 개척자였던 하이마트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며 실망스런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해 심현화의 활약으로 주목받았던 요진건설도 시즌 내내 매스컴 노출에서 소외됐다. 무명 선수들 위주로 후원하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파인테크닉스와 고려신용정보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