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류 다각화에 앞장서기 위해 공중파 3사 모두 그 어느 해보다 쉼없이 달려왔다. 그 중 올해 눈에 띄는 추진력과 색다른 기획안으로 한류 팬들의 많은 참여를 일궈낸 대표적인 곳은 KBS에 설립된 ‘KBS 한류추진단’일 것이다.
“민간인이 할 수 없는 것이 있고 관이 주도해서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것은 KBS 언론매체의 플랫폼을 세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KBS 한류 추진단’의 수장 오세영 단장의 말이다.
한류라는 콘텐츠가 다각화되어 시도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아이돌 시장의 콘텐츠라는 영역 안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머물고 있는 점도 현 한류 시장의 주소다. K팝 시장에서 양적인 한류 콘텐츠를 질적으로 어떻게 다듬어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키우는 방향성과 해답은 무엇일까.
어느덧 '신한류', '반한류'라는 의미가 대중들에게도 쉽게 다가와 있다. 이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세계의 소비자들은 이제 "옷이 닳아서 입지 못하지 않을까", "그릇이 견고하지 않아서 금방 깨지지 않을까", "신발이 튼튼하지 못해 구멍이 나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며 구매하지 않는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품질은 이미 인정된 것이다. 이처럼 한류 시장이 경제 한류로의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기엔 이미 많은 조사와 결과를 통해 국가 이미지 브랜드 상승과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낳는 큰 요인에 입증된 바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가속도로 가고 있다. 이제 한류를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시도와 그 결과로 ‘제4의 한류의 시장, 제5의 한류 시장’을 점증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내 언론매체 중에서 가장 큰 인프라와 방송매체라는 콘텐츠를 가진 심장부에 설립된 KBS 한류 추진단. 그 이름처럼 한류의 문화소스를 다변화해 경제 한류를 향한 노력과 신 한류의 방향을 위해 설립된 후 1년이라는 시간의 발자취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KBS 한류추진단 오세영 단장이 생각하는 한류 콘텐츠의 실과 득은 무엇일까. 2012년 한해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내년을 준비하는 연말. 한류 콘텐츠의 문화 하모니를 위해 달리고 있는 ‘KBS 한류 추진단’ 수장 오세영 단장을 KBS 별관 10층에서 한 시간가량 만났다.
KBS ‘한류 추진단’이 탄생 된 배경은?
오세영 단장은 “KBS 한류추진단은 큰 대기업으로 표현하자면 기획부서입니다. 즉, 제작부서가 아니라 주요 업무가 프로듀서와 코디네이터 역할입니다. 예능국이나 다른 부서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분야별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다양한 기획력으로 실행에 옮겨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 7월 일본 동경의 도쿄돔에서 KBS의 ‘케이팝 페스티벌' (Music Bank in Tokyo K-POP Festival)’이 열렸다. 한국 가수 15팀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른 것은 1988년 도쿄돔 개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또한 45,000여 명의 팬들이 모인 것도 이례적인 결과였다.
그 후 KBS는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 빠리 베씨 스타디움(Palais Omnisports Paris Bercy Stadium)’에서 KBS 2TV ‘케이팝 페스티벌 뮤직뱅크 인 파리(K-POP Festival Music Bank in Paris)’를 개최했고 프랑스 주요 언론과 국내외 매체 등 100여 명의 취재진이 참석했다. ‘뮤직뱅크’ 파리 공연은 KBS가 지난해 7월 일본 케이팝 페스티벌 이후 준비한 두 번째 월드 투어로 역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한류를 지속해서 이끌어 나가며 성장할 키워드는 경쟁력과 공감. 즉, 융합이다. 오세영 단장은 그동안의 시행착오에 대해 “당연히 있습니다. 현재도 한 가지, 두 가지씩 차츰 풀어가고 있습니다. 민간인이 할 수 없는 것이 있고 관이 주도해서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K팝이 한류의 주류가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체계적으로 한류를 확대할 시스템과 장치가 부족 합니다”라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 드라마 속 한류의 시작 1.0시대 [KBS 드라마와 한류 스타 탄생]

오 단장은 “한류라는 말이 사실 지금까지 K팝이 한류 중심이 되기까지 1세대는 90년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중국 CCTV가 97~98년에 방송하면서 10억 명의 중국인이 시청했던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 신문에 처음으로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덧붙여 그는 “그 후 KBS ‘겨울연가’ 와 MBC ‘대장금’ 등 드라마에 출연한 배용준, 이영애, 최지우 등 국내 배우들이 권역별로 봤을 때 아시아권에서 한류라는 닉네임이 붙으며 한류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한국 특유의 감성적인 드라마 ‘겨울 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 방영 제목)는 40대~60대 일본 중년 여성들에게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겨울연가는 당시 최지우 북극성(폴라리스) 목걸이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 속에 북극성처럼 변하지 않는 사랑의 징표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2004년 욘사마 열풍이 올린 한국관광유발수입은 8,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한류 드라마는 국내 시장과 드라마 수출에서 그치지 않고 당시 촬영장인 춘천지역 일대가 관광지역으로 급부상된 것도 한류 1.0시대 마케팅의 저변확대 결과였다.
오 단장은 또 “대장금은 우리 음식문화에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할리우드 포맷처럼 햄버거나 손쉽게 빠르게 만들고 비만을 부르는 음식이 아닌 대장금속 한국 음식은 사람에게 약을 처방하듯 궁중에서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만드는 모습이 금세 아시아인에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속 한류는 국가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한류를 개척함과 동시에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첫 신호탄을 올린 것이다. 아직도 2002년에 방영된 겨울연가의 OST를 들으면 대중들은 마음이 아련해 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드라마 한류라는 콘텐츠 안에서 나오는 음악, 스타, 영상, 상품 등은 나이가 들지 않으며 순간적인 경제적인 이유로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 드라마와 한류 스타는 문화 한류에서 경제적인 한류의 이정표를 다양화시킨 한류의 선발주자였다.
▶ 가요의 한류 시장 2.0시대
[전 세계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의 중요성과 SNS의 파급력]
오세영 단장은 “가요는 98년도에 아이돌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HOT가 중국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드라마에서 가요로 흐름이 바뀌게 되었고 K팝 시장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한편,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은 SNS죠. SNS시대에 진정한 바이럴 현상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입니다”라고 말했다.
한류 2.0시대는 SNS, 유튜브 등 디지털 환경을 타고 수요층과 향유 방식이 다양화된 시도로 K팝 가수들의 위상이 드높아 진 것이 사실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1년8개월 만에 기록한 수치를 싸이는 불과 4달도 안 돼 달성했다. 제니퍼 로페즈의 '온 더 플로어' 뮤직비디오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유튜브에 올랐다.
KBS 한류추진단이 추진한 행사 중 창원 페스티벌에서는 세계 50명의 팀이 선발되었던 '케이 팝 월드 페스티벌 2012'(K-POP WORLD FESTIVAL 2012 in Changwon, 이하 'K팝 월드 페스티벌')에는 15개 팀이 참가해서 열띤 대결이 펼쳐졌다. 콘서트인지 페스티벌인지 착각이 들 만큼 완벽에 가까운 군무와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는 인종과 나라를 넘어 K팝이라는 콘텐츠로 화합의 하모니를 이루었다.
창원행사에 참여한 팀은 물론 한국에 와서 한류문화를 직접 접한 다양한 인종의 파급력은 SNS의 파워다. 그들이 보고 느낀 이야기와 영상을 공유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수치로 측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커져 버린 시장이다. 신 한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볼 수 있다.
오세영 단장은 "창원 페스티벌은 특히 국내 K팝 스타들의 노래를 자신만의 것으로 편곡 또는 원곡이 가진 특색을 고스란히 살리려 노력하는 등 언어에 대한 발음은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이들의 K팝을 향한 사랑은 누구보다 뜨겁게 실행하고 있어 감명을 받았습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 한글을 한류 속으로 3.0시대
[KBS ‘퀴즈 온 코리아’ 참가자가 ‘민간외교관 역할도 기대’]

KBS 한류추진단은 “현재는 대화뿐 아니라 한국어 콘테스트를 열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기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유네스코 100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한글의 다각화를 위해 길에 K팝 가수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면 더 고품격 한류의 새로운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략이 있다고 해도 좋은 콘텐츠가 아니면 한계라는 문턱에 봉착합니다”라며 각 분야 전문인들의 노력이 꼭 필요한 때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외교부와 KBS와 하는 ‘퀴즈 온 코리아’는 전 세계에서 우리말로 퀴즈를 내고 오디션을 보고 대상을 뽑는 행사입니다. 이 사업은 올해 한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기념하는 국가들을 주요 대상으로 34개국 2천900명이 신청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해외공관에서 국가별 예선전을 개최, 23개국 23명의 국가별 우승자를 선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영 단장은 “올해 1등을 한 우즈베키스탄 여대생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리키는 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한국의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갚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각국을 대표하는 23명의 우승자는 `Quiz on Korea` 한국 본선 참가를 위해 23일 입국, 9월 1일까지 한국을 방문, KBS 뮤직뱅크, 난타 관람과 서울 시내관광을 한 후 26일부터 29일까지 경주, 안동의 문화유적지를 방문해 미션수행과 퀴즈를 풀면서 경북문화를 체험해 한류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 新 한류 날아오르다. 비 콘텐츠 영역 저변 확대
[음식, 뷰티, 주얼리 등 4세대…7세대까지 한류스타와 콜라보레이션]

또 다른 분야인 한식은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세계화지수'를 개발해 지난 4월 5개국 5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한 결과 ‘한식, 세계 유명 12개국 음식 중 7번째’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조사는 39개 항목으로 구성됐는데 이미지, 가격 대비 품질 등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탈리아 음식(80.1점)이 1위였고 일본(78.3), 스페인(76.7), 프랑스(76.3), 중국(75.8), 태국(75.0) 등이 한식을 앞섰다. 해외에서 한식의 가치와 매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오세영 단장의 말처럼 한식의 세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K팝 콘텐츠와 관광, 쇼핑을 연계한 맞춤형 공연관광 상품을 기획하고 K팝 문화가 녹아 있는 공간을 랜드마크화해 관광객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K팝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홍보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한류가 일반 대중들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관심분야의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에는 방송사 간 무한경쟁, 기획사 콘텐츠 제작능력, 한류의 파이프라인. 뉴미디어 유통경로, 한류 팬클럽 등 성공 요인을 뽑을 수 있는 이유는 많다. 현재 KBS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비롯된 과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공감하는 부분은 ‘KBS 한류추진단’은 한국의 케이 팝 콘텐츠를 다변화하는데 일조했다는 것과 전 세계적인 한류 팬들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경닷컴 bnt뉴스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