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이제 관심은 경기 부양책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우리 경제도 성장률 3% 미만의 저성장 기조에 빠질 위기라는 신호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녹색산업, 글로벌 첨단융합산업, 그리고 고부가가치 산업 등 3대 분야 17개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불투명한 경제 상황은 신성장동력 산업만으로는 투자 심리의 위축으로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진흙탕 속을 헤쳐 나가는 현상)’라는 늪에 빠질 수 있다. 앞으로 5년간 성공적으로 경제를 키워내기 위해 어떤 전략이 더해져야 할까.

우선 저성장 시대에는 기존의 신성장동력 산업뿐 아니라 먹거리 등 국민의 생존과 관련된 기초산업을 고루 육성하는 신산업 포트폴리오에 주목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가 되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제로섬 게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내수 시장의 경쟁강도가 강할 때 해외 진출로 위기를 극복해왔으나 대부분 세계가 저성장인 요즘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이때는 에너지나 창의력 등 비교적 제로섬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자원을 고부가가치화해 돌파하는 것이 한 해결책이다. 그런 점에서 먹거리 같은 기초산업이 신산업에 포함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상악화로 인해 올해 쌀 생산량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신세가 된 것은 기초산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례다.

둘째 신산업은 강건한 산업 생태계의 토대 위에서 창출돼야 한다. 일부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속에서도, 산업 생태계가 튼튼하지 못하면 그것이 부메랑이 돼 기업군 전체성과가 하락하게 된다. 그렇다고 생태계 개선을 위해 법과 제도로 강제하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니다. 기업 간 소통 인프라를 확산시켜 협업 체제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컨소시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을 안정적으로 끌어 나갈 기업군 경영자는 아직 따로 없는 실정이다. 가령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거래관행을 합리적으로 조정 관리하고 나아가 공동수급이나 신시장 공동개척 같은 비즈니스를 다룰 기업군 경영전문가가 필요하다.

신성장동력 산업을 지속 발전시키는 한편 저성장 기조를 헤쳐 나갈 새로운 산업 포트폴리오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권오병 < 경희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