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1년…성과와 과제…해외석학 영입 늘었지만…재정·인사 제자리
서울대(총장 오연천·사진)가 오는 28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로 전환한 지 1년을 맞는다. 서울대는 2010년 12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28일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뀌었다.

○노벨상 수상자 등 외국인 교수 늘어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노벨상 수상자급 교수를 영입하고 기초학문진흥위원회를 통해 기초학문 지원을 체계화했다. 올해 4월 기준 외국인 교수(비전임 포함)는 233명으로 5년 전인 2007년(68명)에 비해 3배 늘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교수와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에핌 젤마노프 교수를 최근 임용하기로 하는 등 외국인 교수 유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래기획위원회를 통해 학교 장기발전 과제도 마련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가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 대학평가에서 작년 124위에서 올해 59위로 뛰어오르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 재산 양수·인사규정 1년째 답보

서울대는 법인 전환 당시 캠퍼스 부지와 건물 등 정부 재산을 무상 양도받았다. 그러나 지리산·백운산에 걸친 남부학술림과 문화재 소유권을 두고 1년 넘게 소관 부처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는 학술림과 문화재 등은 학교가 관리해왔기 때문에 소유권도 넘어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재청은 소유권은 정부에 두고 서울대는 이용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세와 기부받은 건물 및 연구시설에 대한 지방세 부과도 감면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법인화 이후 새로운 직제개편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공무원 인사규정을 따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법인 1~8급의 직제개편안을 마련했지만 기성회비로 운영하는 직군인 기성회직 직원들이 지난 8월 천막농성까지 펼치는 등 반발이 심하다. 박종식 서울대 노조위원장은 “법인화 이후 사립대 수준의 처우를 약속했는데 오히려 공무원 신분만 사라진 꼴”이라고 비판했다.

○교수 40% “더 나빠졌다”

법인화 1년을 지켜본 소속 교수들은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법인화 이후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든다고 설명했지만 1년 전과 크게 바뀐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정근식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나아가겠다면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교수협의회가 최근 연 ‘법인화 1년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전체 교수(2127명)의 약 30%인 634명에게 물은 결과 49.8%(316명)는 ‘과거와 같다’고 응답했고 30.3%(192명)는 ‘약간 나빠졌다’, 9.9%(63명)는 ‘상당히 나빠졌다’고 답해 90%에 달하는 교수들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학생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대학신문 전 편집장 노상균 씨(27체육교육과 4년)는 “학내 의사결정 구조가 이사회 중심이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학생이 많다”며 의사결정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특허청장 출신인 이수원 서울대 사무국장은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구성원 모두 다양성을 갖춰 나가는 것이 법인 서울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