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측근들에게 대선 승리 자축 분위기를 최대한 삼가고 인수위원회도 떠들썩하게 준비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박 당선인 측근은 이날 “대선에서 이겼다고 자축하거나 분위기에 취해서는 안된다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며 “과거 인수위 때처럼 일을 크게 벌이면서 떠들썩하게 하지 말고 내실 있고 조용하고 착실하게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박 당선인 스스로 대선 이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노출을 꺼리는 것도 이런 생각에 따른 것”이라며 “핵심 측근들이 선거 후 잇따라 모습을 감추거나 언론에 일절 말을 삼가는 것도 당선인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조용한 인수위 준비를 당부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첫째는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1490만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승리한 쪽이 떠들면 반대 쪽을 지지한 사람들은 소외감과 반발의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도 끌어안고 가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둘째는 내년 2월 정권 출범 전까지는 모든 것이 현 대통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전에는 모든 국정을 현직 대통령이 중심이 돼 운영해야 하는데 당선인이 자꾸 전면에 나서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했다.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해서는 안된다”는 일각의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장을 포함한 25명 안팎의 인수위원 명단을 성탄절 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26일, 늦으면 29~30일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수위원장은 차기 총리를 염두에 두고 인선하겠다는 것이 당선인 의중이다. 또 인수위 분과별 요직 가운데 상당수를 새 정부 내각으로 수평이동하겠다는 것을 감안한 인사로 채우겠다는 게 원칙이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인사검증까지 염두에 두고 면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구성과 관련, △국민대통합 △민생정부 △정치쇄신을 3대 요소로 삼고 있다. 인수위원장 인선도 이런 기조 아래 이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국민대통합’ 면에서는 비(非)영남 또는 중도·진보 인사들이 거론된다. 호남 출신인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는 것도 이런 기류에서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윤수 전 전남대 총장도 호남 출신으로 후보에 거명되고 있다.

‘민생정부’라는 측면에서는 선거 당시 공약을 책임졌던 김 전 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른다. 박 당선인의 경제교사 역할을 해온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박 당선인과 함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호흡이 잘 맞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치쇄신’ 측면에서는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 측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생각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는 작은 규모의 실무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 측이 구상하는 인수위는 인수위원 25명을 포함한 100명 안팎으로 역대 정권의 200여명에 비해 절반 규모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