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4월 설립 이후 4년 반 만이다. 설립 이후 지속된 적자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자본금 125억원 규모의 싱가포르법인을 내년 말까지 청산키로 결의했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삼성운용은 당시 급부상하던 인도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본금 60억원을 들여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데다 해외 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적어지면서 설립 이후 매년 20억원가량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0년 7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지속되자 결국 청산키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법인의 펀드매니저 세 명과 그곳에서 운용하던 인도펀드 아세안펀드 물펀드 등 1600억원 규모 펀드는 홍콩법인으로 이관해 계속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홍콩법인이 있기 때문에 적자를 보면서까지 싱가포르법인을 지속할 메리트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운용은 싱가포르법인을 철수하는 대신 홍콩법인과 중국 합작 운용사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홍콩법인은 13명의 직원이 77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현재 중국 상재증권과 합작 운용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인허가를 취득해 홍콩법인과 함께 아세안 및 중국을 포괄하는 범중화권 네트워크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운용의 싱가포르법인 청산 결정은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운용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의 금융 자회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홍콩법인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