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미국의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이 그나마 성탄절 연휴로 중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공화당은 대체 계획인 이른바 '플랜B'조차 통과시키지 못한 채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은 성탄절까지 휴회한다. 오바마도 가족과 함께 성탄절 연휴를 보내려 21일 밤 하와이로 떠났다. 그러면서 의회에 성탄절 다음 날인 26일 백악관으로 돌아와 데드라인(12월31일 자정)까지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통보했다.

재정 절벽은 올 연말까지 적용되는 미국의 각종 세제 혜택이 끝나 내년 1월1일부터 대부분 납세자의 세율이 치솟고 연방 정부도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지출을 대규모로 자동 삭감해야 해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재정 절벽에 빠지면 정부 지출은 10년간 1조2000억달러를 자동으로 줄여야 한다.

협상 당사자인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2일(현지시간) 주례 연설에서 연말까지 재정 절벽을 타개하기 위한 '책임 있는 해결책'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당사자는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은 가능한 모든 안을 이미 제시했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 모든 미국민의 세금이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너는 지난 20일 연소득 100만달러 미만 가구를 상대로 한 세제 감면 혜택인 '부시 감세안'을 연장하는 내용의 '플랜B'를 표결 처리하려 했으나 공화당 내부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막판에 표결 시기를 미뤘다.

오바마와 베이너는 그동안 세 차례 단독 회동을 하면서 재정 절벽 타개를 위한 논의를 거듭했으나 세금을 올릴 소득 계층의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베이너는 "불행하게도 대통령과 상원 민주당은 자체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공화당의 모든 제안을 뿌리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올해 초 모든 계층의 세제 혜택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원이 이를 보류시키고 있다고 상기시키고는 "하원은 할 일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원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세제 감면 혜택을 종료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으나 하원이 처리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점을 들어 유권자가 '부자 감세' 방안에 손을 들어줬다고 강조하는 데 대해 베이너는 "유권자가 오바마 대통령을 재선시켰지만, 동시에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베이너는 그러면서도 백악관 및 민주당과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부자 증세 기준을 40만달러로 올리겠다고 수정 제안하면서도 베이너가 제안한 100만달러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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