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애프터 쇼크'와 '골디락스'…내년 증시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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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부채 등 우려되지만 최소한 '미니 골디락스' 가능성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예측기관이 내다보는 내년 거시경제 여건은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실적도 위기 이후 반영되지 못했던 부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투자은행(IB)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순식간에 상황을 돌변시킬 변수)’가 많아 이런 시각에 몇 가지 반문을 해 본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되는 해에 나타나는 ‘애프터 쇼크(after shock)’다. 이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6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당시 위더머 형제와 신디 스피처는 공동 출간한 서적에서 ‘미국 경제는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 달러, 정부 부채 등 6개의 거품기둥으로 불안하게 떠받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에 낀 거품기둥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붕괴했고, 달러 강세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 남아 있는 기둥은 정부 부채에 낀 거품이다. 현재 미국 경기는 정부가 푼 돈에 의해 떠받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위기 이후 또 다른 충격인 ‘애프터 쇼크’가 찾아오면서 이마저도 붕괴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최근 재정절벽 가능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우려다.
하지만 내년 증시전망과 관련해서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다. 경제나 증시에서 ‘골디락스’라는 것은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하는 것으로,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경제가 ‘신(新)경제’ 신화로 저물가 하에 고성장했던 1990년대 후반에 월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다.
‘애프터 쇼크’와 ‘골디락스’. 이 상반된 운명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세계 증시의 지속가능 과제인 ‘3대 구조 변화(triple paradigm shift)’가 현 시점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고 중국, 한국 등에서 새로운 정부가 태어나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동성 문제에 있어서 내년에는 정책 요인에 의한 공급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퇴장했던 통화가 시중으로 방출돼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가별로 정도차가 있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 떨어졌던 통화승수와 통화 유통 속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자산 투자는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에 가담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월가의 주식 수요 기반 대중화 정도를 보면 일반 투자자들이 직·간접 투자를 통한 주식투자 비중이 금융위기 이전의 70%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 수준만 지나면 비관론이 급격히 사라지고 ,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같은 비관론자들도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구조 변화는 지금까지 국가에 의해 주도돼 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정국 경기가 민간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고용이 중요하다. 총수요 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정도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미국 등 각국의 부가가치가 ‘증강현실 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정도로 고용이 늘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 산업은 수확체감의 법칙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오히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 더 심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고용창출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오바마 정부가 작년 9월부터 거시경제정책을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주목된다. 리쇼어링이란 아웃소싱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각종 지원 등을 통해 이 정책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여 위기 이후 부진했던 고용이 갈수록 빨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이 늘어나 임금소득이 늘어나면 지금 증시에서 학수고대하는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이 가능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에 대한 재정수입 탄력도가 ‘1’보다 훨씬 큰 누진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정부 부채 등과 같은 ‘애프터 쇼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정도차가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미국처럼 고용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경기대책이나 통화정책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내년에는 ‘애프터 쇼크’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기보다는 최소한 ‘미니 골디락스’에 상승하는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되는 해에 나타나는 ‘애프터 쇼크(after shock)’다. 이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6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당시 위더머 형제와 신디 스피처는 공동 출간한 서적에서 ‘미국 경제는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 달러, 정부 부채 등 6개의 거품기둥으로 불안하게 떠받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에 낀 거품기둥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붕괴했고, 달러 강세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 남아 있는 기둥은 정부 부채에 낀 거품이다. 현재 미국 경기는 정부가 푼 돈에 의해 떠받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위기 이후 또 다른 충격인 ‘애프터 쇼크’가 찾아오면서 이마저도 붕괴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최근 재정절벽 가능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우려다.
하지만 내년 증시전망과 관련해서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다. 경제나 증시에서 ‘골디락스’라는 것은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하는 것으로,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경제가 ‘신(新)경제’ 신화로 저물가 하에 고성장했던 1990년대 후반에 월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다.
‘애프터 쇼크’와 ‘골디락스’. 이 상반된 운명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세계 증시의 지속가능 과제인 ‘3대 구조 변화(triple paradigm shift)’가 현 시점에서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고 중국, 한국 등에서 새로운 정부가 태어나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동성 문제에 있어서 내년에는 정책 요인에 의한 공급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퇴장했던 통화가 시중으로 방출돼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가별로 정도차가 있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 떨어졌던 통화승수와 통화 유통 속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자산 투자는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에 가담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월가의 주식 수요 기반 대중화 정도를 보면 일반 투자자들이 직·간접 투자를 통한 주식투자 비중이 금융위기 이전의 70%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 수준만 지나면 비관론이 급격히 사라지고 ,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같은 비관론자들도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구조 변화는 지금까지 국가에 의해 주도돼 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정국 경기가 민간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고용이 중요하다. 총수요 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정도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미국 등 각국의 부가가치가 ‘증강현실 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정도로 고용이 늘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 산업은 수확체감의 법칙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오히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 더 심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고용창출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오바마 정부가 작년 9월부터 거시경제정책을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주목된다. 리쇼어링이란 아웃소싱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각종 지원 등을 통해 이 정책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여 위기 이후 부진했던 고용이 갈수록 빨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이 늘어나 임금소득이 늘어나면 지금 증시에서 학수고대하는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이 가능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에 대한 재정수입 탄력도가 ‘1’보다 훨씬 큰 누진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정부 부채 등과 같은 ‘애프터 쇼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정도차가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미국처럼 고용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경기대책이나 통화정책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내년에는 ‘애프터 쇼크’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기보다는 최소한 ‘미니 골디락스’에 상승하는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