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자증세법 시행을 앞두고 프랑스를 탈출하려는 부자와 기업가가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선 연간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을 버는 부자들에게 소득의 75%(종전 최고 소득세율은 48%)를 세금으로 걷는 세법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기업가들이 세금을 이유로 국적 포기를 선언한 영화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주식매매회사 부르세디렉트의 장 부아투제 대표는 새로운 세법이 시행되기 전 벨기에에 벤처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그는 “성공한 기업가를 착취자로 보는 프랑스의 반기업 정서도 이유”라며 “천천히 끓어오르는 물 속에서 삶겨 죽느니 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개구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안경 제작·유통사인 알랭아플루의 알랭 아플루 회장도 사업 확장을 명분으로 내년 영국으로 이주하기로 했다.

자본투자 소득에 대한 세율도 60%로 오르면서 투자 역시 위축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부문 벤처기업에 투자해온 장 샹보르동은 “내년 신규 벤처투자가 올해의 30~50%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걸음마를 내딛는 많은 IT 기업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해외로 탈출하는 프랑스 부자도 줄을 잇고 있다. 법무법인 STC의 에리크 장테르 파트너는 “(부자) 고객 중 10명이 세금 문제로 이미 프랑스를 떠났고, 15명이 이민 상담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중개회사 다니엘포의 샤를 조트라 대표는 “12월 들어 올린 이익의 3분의 1이 프랑스를 떠나는 부자들이 내놓은 주택 매매에서 발생했다”며 “부동산업계에선 27년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프랑스 부자들을 유치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러브콜까지 가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드파르디외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신청하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첸공화국도 그에게 망명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