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앞에서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와 함께 말춤을 추는 싸이를 보는 일,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영상을 다운받고 세계 곳곳에서 말춤을 추는 광경을 보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얼마 전 영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세계 의회정치의 1번지인 그곳에 한국 전자회사의 대형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는 걸 보고서도 그런 감동을 느꼈다. 세계 각지로 출장갈 때마다 우리나라 제품을 발견하고, TV에 나오는 한류스타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두근거리는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꽤 오래 전부터인데, 그런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감동을 느낄 때마다 30년 전인 1980년대 초 잠시 일본에 머물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전자상가 아키하바라는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았고, 전자제품을 포함해 너무나 갖고 싶은 일본 제품이 많았다. 방송에서는 주부들이 코끼리 밥솥의 성능에 침이 마르고, 아직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 밥솥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표현하곤 했다. 그렇듯 일본 제품은 전 세계인의 꿈이었고 일본 회사들은 신화를 만들어가는 주역이었다. 하지만 30년 후인 지금, 소니와 샤프 같은 회사들의 몰락을 보며 1980년대 신화의 몰락을 본다. 신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미래에 대한 꿈을 잃은 일본 젊은이들이 있다.

그때의 일본을 상기하고 오늘의 일본을 지켜보며, 지금의 우리와 30년 후의 우리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 같은 중장년층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특히 30년 후 자식을 키우는 중장년층이 돼 있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과 ‘해줘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가장 먼저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많고 저력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어려운 일은 소통하며 해결해 가면서,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우리 모두 가까운 새해를 위해, 그 너머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거듭 태어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1990년대 들어 세계는 일본을 두고 “그 신화는 거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 더 밝은 새해를 위해 거듭 태어나는 한 10년 뒤에도 그 이후에도 세계는 지금의 한국을 두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은 신화의 시작일 뿐이었다.”

미래를 준비하며 땀 흘리는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오늘은 아기 예수가 탄생하신 성탄절 이브다. 그 소중한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한번 태어나는 마음으로 다같이 새로운 출발을 해보자. 성탄절에 소니 워크맨 선물받는 게 소원이었던 세대들이, 이 땅의 미래 세대들에게 ‘더욱 나은 대한민국’을 성탄 선물로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은선 < 보령제약 회장 eskimm@boryu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