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의 투표 행태와 투표 참여는 정치학자들의 주요 연구 주제다. 일반적으로 선거 쟁점이 있으면 투표율이 높고 쟁점이 없으면 투표율이 낮다. 라이커와 오더슈크 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팀은 투표참여를 설명하는 선택모델을 만들었다. 개인이 투표해서 받는 보상에 시민으로서의 의무감을 더한 뒤 여기에 기회 비용을 빼는 방정식이다. 일반인들의 보상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시민적 의무감과 기회 비용 중 어느 것이 높으냐에 따라 투표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장·노년층은 기회비용보다 시민적 의무감이 강해 투표율이 높으며, 청년층은 기회비용이 높아 투표율이 낮다고 한다.

신이 일상에 개입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투표율이 낮은 반면 농구장에서 이긴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투표율은 높다는 조사도 있다. 승리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이 투표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폴러와 도오즈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이란성 쌍둥이와 일란성 쌍둥이의 투표성향을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의 투표 참여 형식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투표 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5HTT)를 확인했다. 말하자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투표할 의향이 높고, 대부분 행동에 옮긴다는 얘기다.

호주와 룩셈부르크 벨기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국가가 투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투표율을 높이려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지만 일부에선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 볼리비아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3개월간 은행에서 급여를 인출할 수 없다고 법에 명시했다. 후세인 집권기였던 2002년 이집트 선거는 유권자가 100% 참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서구 각국에서는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다. 사회적 자본 이론으로 유명한 로버트 퍼트남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TV의 대량 보급 탓으로 돌렸다. 선거를 이해하고 투표할 수 있는 ‘투표적격성(Voting eligibility)’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9일 끝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5.8%에 달했다. 며칠 전 일본 중의원 선거의 59%,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57.5%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특히 50대 유권자의 투표율은 무려 89.9%에 이르렀다고 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후보가 진다는 통념도 통하지 않았다. 선거에 대한 연구논문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