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은 아들을 깨끗이 씻겨 나오는데, 아들 녀석이 목욕탕을 나오자마자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이 아닌가. 실컷 씻긴 손이 더러워진 게 못내 속상해서 물어보니 유치원에서 쓰레기를 주우라고 배웠단다. 어른이 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은 이렇게 쉽게 실천하는 걸 보니 어린 시절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필자도 지난 여름 어린이를 대상으로 녹색소비를 교육하면서 그 생각이 났다. 교육 말이다. 어린이들은 녹색매장으로 지정된 마트에서 보물찾기라도 하듯 환경표지와 탄소성적표지가 붙은 녹색제품을 골랐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에 환경표지가 없다고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녹색생활 역시 교육을 통한 습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화의 시작은 어린이다. 교육이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가 앞으로는 꼭 환경마크를 확인하자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고, 저 아이를 통해서 녹색가정이 시작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멘토를 자청하고 나선 우리 직원들도 교육기부를 하면서 더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우리 기술원이 녹색제품 늘리기에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국민들이 쉽게 녹색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그린카드 제도와 녹색매장 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녹색소비를 약속한 그린카드 발급자가 430만명을 넘는다. 그리고 녹색제품을 많이 유통하겠다는 녹색매장도 벌써 100호점을 돌파했다. 국민의 실천으로 이뤄낸 녹색생활의 씨앗을 이제 나눔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환경부와 우리 원은 녹색매장 100호점 선포식을 시작으로 이번 연말에 ‘녹색마음 나눔’ 캠페인을 연다. 녹색제품 판매금액 가운데 일부를 적립해서 녹색생활의 기회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녹색 나눔을 실천하는 행사다. 이를 통해 사회의 한쪽 구석에 소외된 아이들에게도 녹색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녹색소비 교육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이 더욱 뜻깊은 것은 나와 우리, 그리고 기업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녹색 나눔이라는 데 있다. 나의 녹색소비가 한 아이에게는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내복이 된다. 내가 녹색제품을 고를 때마다 그 정성이 다른 이들에게는 기쁨으로 되돌아온다.

녹색생활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결코 미약하지 않다. 나의 실천은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환경문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물건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내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나눔의 시작이 될 것이다.

긴 겨울 지나 새싹이 찬란한 싹을 틔우듯 나의 실천이, 어린이를 위한 나눔과 교육이, 기업의 참여가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커다란 잎을 드리우길 기대해본다.

윤승준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