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해 동안 자산운용업계는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코스피지수가 1950선, 2000선 등 주요 분기점을 넘어설 때마다 환매 역풍에 시달렸고, 수익률 부진에 따른 날카로운 눈초리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숨은 진주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듯 가치주(株)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한국밸류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두각을 나타냈다.

[2012 펀드결산]'가치株' 운용사 빛났다…한국밸류·트러스톤 '발군'
2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3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운용사 40곳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79%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운용사는 13곳에 불과하다. 운용사간 수익률 편차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수익률 1위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차지했다. 한국밸류운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86%에 달했다. 운용사 평균 수익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한국밸류운용은 올 상반기 수익률이 -1.8%에 그쳤지만 하반기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밸류운용의 간판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연초 이후 수익률 18.48%)의 경우 지난 6~7월경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를 편입하면서 변화를 줬다. 이후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성장형 위주의 운용사들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2.65%를 기록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대표 펀드 '칭기즈칸'과 '제갈공명'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1.96%, 16.30%를 기록 중이다.

'신영 마라톤' 펀드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의 수익률도 10.85%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소형사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8.76%)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지수 상승기에는 성장형 펀드의 성적이 두드러졌지만 2분기 시장이 급락하면서 가치주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특히 하반기 들어 개별종목의 장세가 나타나면서 성과가 차별화됐다"고 진단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가치주 펀드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종목들을 매수하고, 회전율이 낮은데다 압축 성장형 펀드에 비해 방어적인 장치가 많다"며 "가치주를 표방한 운용사의 대표 펀드의 경우 운용 기간이 길고 성과가 검증돼 향후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보악사자산운용은 3위에 오르며 가치주 운용사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채권형 펀드에 강점이 있는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92%를 기록 중이다.

반면 올 상반기 1, 4위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10.44%)과 삼성자산운용(10.33%)의 순위는 각각 5위, 7위로 밀렸다.

KB자산운용은 'KB중소형주포커스'란 히트 펀드를 내놓았음에도 평균 수익률은 7.83%에 그쳤다. 'KB중소형주포커스'(31.71%)는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간판펀드인 'KB밸류포커스자'(9.70%)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80%에 그쳤다. 메리츠자산운용과 알리안츠운용의 수익률은 각각 0.02%, -0.39%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