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결국 무산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은행 업종내 최선호주에서도 제외하고 나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18일 명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속개하고 "내년 경제여건이 불투명한데다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금융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주가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금융이 시장 기대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이 지난 5월 ING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한 후 인수 기대감이 높아지며 상대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인수 포기 결정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은 예상보다 매우 저렴한 인수가격(2조2000억원)에 취약점으로 지목돼 온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KB금융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51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6.9% 하향 조정하고, 업종내 최선호주에서도 제외했다.

대신증권도 KB금융에 대해 "시장의 기대와 달리 ING생명의 인수가 무산돼 아쉽다"며 은행주 최선호주에서 제외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5만4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내려잡았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계속된 M&A 시도와 무산에 따른 경영진 신뢰도 저하가 예상된다"며 "과잉자본에 따른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한동안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정기간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도 KB금융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73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우리투자증권도 목표가를 5만5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내려잡았다.

심규선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과 ING생명 인수 등을 감안해 업종내 최선호주로 유지했었다"며 "이번 ING생명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비은행부문의 추가 보강이 전제되지 않으면 은행 업종 수익률을 웃돌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만 "ING생명 인수 과정 지연에 따른 시장의 기대 역시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도한 주가 반응이 있을 경우 오히려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