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17일(현지시간)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국 의회에서 EU 탈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영국인이 EU에 소속돼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영국이 EU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영국은 스스로의 운명을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캐머런 총리가 최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의 통합 움직임을 지지한 것을 놓고 “영국이 EU를 탈퇴한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나이절 퍼레이즈 영국독립당 대표는 “대다수 영국인들이 EU를 떠나길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6%가 EU 탈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도 캐머런 총리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예정보다 빨리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 이후 국민투표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EU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쥐고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존슨 시장 등 강경 보수파들은 총선 이전에 국민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레이 보수당 의원은 “EU에서 나갈지 말지는 국민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다음달 중 국민투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영국에서 EU 탈퇴 여론이 힘을 얻는 것은 경기침체 때문이다. 영국은 매년 EU에 80억파운드(약 14조원)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이 돈은 회원국의 낙후지역 개발자금 등으로 쓰인다. 많은 영국인들은 자국 사정도 어려운데 막대한 분담금을 내고 다른 나라를 돕는 것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역내 무관세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