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중동에서 일부 국가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오히려 주요 선진국 기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을 고위 임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매체인 ‘더내셔널’은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펄이니셔티브’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가족 기업 1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의 회사가 한 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영국(7.4%)이나 미국(11.4%)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에 비해 높은 수치다.

중동은 부족 중심의 문화가 남아 있어 가족 기업의 영향력이 강하다.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가족 간에 지위를 세습하고 친인척끼리 기업 계열사를 확장하는 일이 많다.

특히 GCC 회원국들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UAE는 자국 기업과 공공 기관이 일정 비율의 여성 임원을 유지하라는 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보수적인 중동 국가들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여성이 고위 임원으로 있는 기업의 성과가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연구소가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여성이 회사 임원으로 있는 기업들의 6년간 실적이 임원이 모두 남성인 기업들보다 26%가량 더 좋았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