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들의 중소 바이오업체 지분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제약업종 대장주(株)들이 약가인하 등의 여파로 실적 개선이 더딘 행보를 보이자 앞다퉈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방식의 제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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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가장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5일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96억원을 한올바이오파마에 투자, 이 회사 지분을 약 9%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또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인 테라젠이텍스의 지분 9.18%도 같은달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이 지분을 보유하기 위해 약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녹십자는 세포치료 전문기업인 이노셀의 지분 20% 이상을 단번에 인수한 바 있다. 이노셀은 현재 2008년부터 진행해온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의 3상 임상시험을 최종 완료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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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약품은 지난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기존 'HANDOK Pharmaceuticals Co., Ltd.'에서 'HANDOK Inc.'로 변경한다고 결정했다. 의료기기와 바이오의약품 등 사업영역을 본격 확대하기 위해서다.

한독약품은 지난 9월 바이오 Γ냠말瑛� 제넥신의 지분 약 19%와 16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동시에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 "제약사들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바이오업체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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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이후 수익성이 떨어진 제약사들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으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제네릭(복제약) 시장은 포화 상태에 돌입했다는 잇단 전망도 올 하반기 제약사들의 바이오 투자를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김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이 부분에서는 신약이 나오기 점점 어려워졌다"며 "바이오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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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향후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경우 내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

조 연구원은 "녹십자는 내년 혈액제제의 수출물량 증가로 실적개선이 예상된다"며 "이노셀 인수를 통한 간암 면역세포치료제의 출시도 예정돼 있어 안정성과 성장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녹십자 측에 따르면 이노셀과 연구·개발 중인 세포치료제의 임상 삼상이 곧 종료될 예정이며 빠르면 내년에 관련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유한양행 역시 적극적인 지분투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바이오 부문의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보강이 이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연구원은 "아직까지 이들 대형사 이외에 구체적인 제휴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향후 시너지 효과에 따라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 간 전략적 제휴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