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종시가 금융업계 임·직원들로 북적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테스크포스팀(TFT)이 한꺼번에 세종시로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11조원의 연기금투자 풀(Pool) 운용사가 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사실상 미래에셋과 한국운용의 '2파전'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연기금투자풀의 운영체제를 기존 단수에서 복수로 변경하기로 결정, 내년말까지 계약중인 삼성자산운용 이외에 또 다른 운용사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연기금투자풀은 연금과 기금들의 여윳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 등 4개 기금도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다.

따라서 대형 운용사들의 경쟁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투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2파전'을 일제히 예고하고 있다.

한투운용과 미래에셋운용, KB운용은 지난 13일 연기금투자풀 관련 제안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각 운용사들은 제안서를 제출하기 바로 직전까지 막판 신경전을 벌였다. 곧 있을 프리젠테이션(PT) 순번이 바뀔 수도 있어서다.

미래에셋운용은 특히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TFT 구성인원 9명중 6명을 임원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운용이 펀드 설정규모가 급감하자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진단했다.

미래에셋운용은 그러나 이에 대해 "담당자가 10명 내외 수준인 것은 맞지만 통상 조직 내 임원 숫자 정도로 팀을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2009년부터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작업에 뛰어든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투운용 측은 "복수 주간사 체제로 바뀌기 전부터 한투운용은 관련 작업에 착수해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자산 배분과 펀드셀렉션(fund selection)에 관한 시스템 구축은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연기금투자풀은 국민연금과 달리 전문적인 자산운용조직을 갖추지 못한 연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기획재정부가 2001년 도입한 뒤 4년 단위로 주간운용사를 선정해왔다. 삼성자산운용이 2001년부터 사실상 독주 체제를 이어왔다.

그런데 감사원이 지난 7월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운용과 관련해 성과평가, 자금배정 등 규정을 위반했다며 기획재정부에 개선을 권고한 것. 기획재정부는 이에 삼성운용의 주간운용사 계약이 내년 말까지인 만큼 올해 내 주간운용사를 추가 선정해 복수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수탁받은 자금은 삼성운용 외 선정된 복수 주간사가 5대 5로 나누기보다 또 한번의 경쟁을 치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선정될 경우 자산 재분배나 전산 시스템 구축, 인력투자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사세를 확장하고, 타 기관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신력을 얻기 위한 측면에서 각 운용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기금 투자풀 예탁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2002년 1조8800억원 수준이었던 연기금투자풀 예탁규모(평잔 기준)는 2011년 8조7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는 11조5500억원에 달한다.

연기금투자풀 제안서를 낸 각 운용사들은 오는 26~28일경 PT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결과는 PT 다음날 바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정현영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