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절감해 복지 충당"
대선후보 주장 비현실적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사진)는 14일 제5차 건전재정포럼 토론회에서 ‘저성장과 정치적 전환기의 경제정책과 정부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강 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아 외환위기 극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들이 증세 없이 기존 예산을 절감해 복지예산을 충당한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재정건전성 훼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 정부는 재정적자 상한을 설정하고 5년간 국가부채 증가 한도를 제시하는 등 임기 동안 실천할 중기재정운영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에 따라 복지 공약사업의 우선 순위와 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획일적인 반값등록금 공약보다 공공직업기술훈련을 대폭 확대해 취업능력을 높이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성장 장기화로 세수 증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지난 5년간 한국 경제 성장률은 3%대로 추락한 데다 잠재성장률도 2020년까지 평균 3.6%로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강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가계 및 공기업 부채의 상당 부분도 국가부채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투입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경기 부양대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겠지만 섣불리 나설 경우 효과는 보지 못한 채 재정여력만 소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강 대표는 “지금은 1~2년 주기의 단기적 불황국면이 아니라 장기적 침체국면”이라며 “실효성이 낮은 경기부양 대책보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경제체질 강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노동력 자본 생산성 등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3대 변수를 저해하는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