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존재 자체가 중요한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탄자니아 북동부 아루샤주에서 2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최은주 씨(33·사진)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귀국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최씨는 최근 탄자니아에서 740일간의 봉사활동 기록을 담은《프라하, 탄자니아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서울보훈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 7년간 간호사로 일하던 최씨는 서른 살이 되던 2009년 사표를 냈다. 꿈꿔온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서다. 탄자니아로 간다는 딸에게 부모님은 출국하는 날까지도 만류했다. 하지만 최씨는 “2년 동안 군대 다녀온다 생각하시라”며 지구 반대편 끝으로 떠났다.

마운트 메루 병원 분만실에서 봉사했던 2년간 최씨는 ‘프라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스와힐리어로 ‘행복’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데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시설은 최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간단한 산전검사가 없어서 태어나지도 못하고 숨지는 태아, 분만실이 부족해 벤치에서 출산하는 산모가 적지않았다. “의료 물품과 인력이 부족해서 산모 하나하나를 돌봐줄 수 없었어요. 조금만 신경써주면 구할 수 있는 아이와 산모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볼 때는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탄자니아에서의 봉사기간을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는 행복한 생활이었다”고 추억했다. “전기와 물이 없어도 하루하루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때 사진을 보면 모두 웃고 있는 표정이에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더 풍요로워졌음에도 웃을 일은 더욱 줄어들었어요. 어느새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해하는 소중함을 잃어버렸죠.”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