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하면서 리모컨으로 퍼팅 방향과 비거리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억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기단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는 14일 스크린 골프 프로그램을 조작, 사기도박을 벌여 2억60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사기)로 주범 강모씨(54)와 정모씨(44), 사기도박기술자 허모씨(68)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공범 박모씨(51)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강씨가 운영하는 부산 금정구 구서동 G스크린골프장에서 회사원 박모씨(48)와 타당 5만~300만원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하면서 리모컨으로 화면을 조작, 1억820만원을 편취했다. 또 지난 2~3월 김모씨(46)가 운영하는 부산 영도구 W스크린골프장에서 타당 10만~4000만원을 걸고 김씨와 내기 골프를 하면서 같은 수법으로 1억5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가 백스윙할 때 리모컨을 눌러 순식간에 화면을 조작, 골프채를 바꿔놓거나 퍼팅 방향을 돌려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고수인 피해자들이 페어웨이에서 고전했고 평소 1~2번이면 충분했던 퍼팅을 3~4번씩 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강씨는 스크린 골프 사기를 위해 2011년 3월께 허씨와 공학석사 출신인 허씨의 아들(39·회사원)에게 의뢰, 스크린 골프에서 순간적으로 프로그램 조작이 가능한 특수리모컨을 개발했다. 이 리모컨은 일반 리모컨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호주머니 속에 숨겨도 조작이 가능하고 버튼을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강씨는 스크린 골프기계에 무선수신장치를 꽂고 이 특수 리모컨을 이용해 게임에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피해자들에게 초기에 일부러 상당한 돈을 잃어줘 거액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