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임금을 좇아 해외로 떠났던 신발업체들이 잇따라 부산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내 신발업체들도 부산에 집적화단지를 조성해 공장을 확장·이전할 계획이어서 부산이 ‘신발메카’로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와 한국신발산업협회는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1단계 5공구(화전 북측)에 10만㎡ 규모의 새로운 신발 산업 집적화단지를 조성, 중국에서 공장을 이전해 오는 3개사를 포함해 국내외 9개 신발기업이 입주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입주 예정 업체들은 2014년부터 공장 건축에 나서 이듬해부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부산 이전을 준비 중인 기업은 (주)학산과 보스홀딩스, 한영산업 등 3개사. 이들이 부산으로 유(U)턴하는 것은 중국 내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난까지 겪고 있는 게 배경이다. 또 한국인 근로자 생산성과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가치가 중국산보다 훨씬 높아 한국에서 고부가가치 신발 제품을 만드는 게 실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체 브랜드 ‘비트로’를 보유한 학산의 김영창 사장은 “더 이상 중국에서 생산하는 데 따른 메리트는 없다”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칭다오 공장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성 등을 감안할 때 중국 근로자 임금이 국내 근로자 임금의 70~80% 수준인 500~700달러 수준까지 오른 데다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붙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한국에서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도 낮아진 만큼 고급 스포츠화와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어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중국에서 일부 라인을 부산 녹산공장으로 옮겨와 가동 중인 트렉스타의 권동칠 회장(한국신발산업협회장)은 “신발 집적화단지를 통해 부산 신발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많은 신발업체들이 앞으로 라인을 부산으로 옮겨 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장 부지와 인력 교육 등을 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발 집적화단지에는 경남 김해의 성신신소재와 양산의 정우 등 2개사가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덕통상, 고려TTR, 일신핫퓨전, 화인 등 부산지역 4개사도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단지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화승그룹도 최근 부산 반여동에 ‘화승I&C(혁신개발센터)’를 개설했다. 이종태 화승I&C 센터장은 “혁신적인 글로벌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부터 개발까지 담당하는 국내 최고 기술을 갖춘 기업신발연구소를 구축했다”며 “첨단 신제품을 출시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와 신발업계는 이번 신발 집적화단지 조성을 계기로 개별 기업이 축적한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로 조성되는 신발 집적화단지는 다수의 신발 업체가 가동 중인 녹산공단과 사상을 연결하는 꼭짓점에 있어 부품소재 산업과 완제품 산업의 동반 성장에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영 부산시 산업정책관은 “이곳은 첨단 스포츠·레저화 업체 위주로 조성돼 부산 신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재도약을 가져올 수 있는 기지가 될 것”이라며 “단지 입주와 함께 2300여명의 신규 고용 효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