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잘하고 있나…'철강왕'이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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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제철보국' 신화 故 박태준 회장 1주기
포스코센터에 전신 부조…"우향우 정신은 영원"
포스코센터에 전신 부조…"우향우 정신은 영원"
“우리의 추억이 포스코에, 조국의 현대사 속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대형 모니터에서 청암(靑岩)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나왔다. 지난해 9월 포항 포스코 한마당 체육관에서 열린 퇴직 임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연설하는 장면이었다. ‘철강왕’ 박태준은 동지들에게 “내가 여러분에게 여전히 회장인 것처럼 여러분들도 영원한 포스코의 직원”이라고 했다. 폐부종이 악화돼 말을 뱉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유족과 포스코 임직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국무총리를 지낸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1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렸다. 400여명의 전·현직 포스코 임직원과 고인의 유지를 기리려는 모임인 청암회, 포스코 부인회, 국내외 관계사에서 60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은 1966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을 세웠다.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11, 14대 국회의원,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 김대중 정부 시절엔 국무총리를 지냈다.
추모객들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의 마음으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고인의 업적과 유지를 되새겼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의 영원한 뿌리깊은 나무”라고 했다.
강무림 연세대 성악과 교수(테너)는 생전에 고인이 즐겨 들었다는 가곡 ‘내영혼 바람되어’를 불렀다. 고인과 가까운 사이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조전을 통해 “우정을 나누던 박 회장이 별세한 지 벌써 한 해가 지났지만 추모의 마음이 그치지 않는다”며 “모두 선생의 유지를 이어받아 한ㆍ일관계 개선과 아시아의 안정,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애틋함을 전했다.
우리 경제와 포스코가 글로벌 불황의 파고를 뛰어 넘으려면 박태준의 ‘영일만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추모객 사이에서 나왔다. 고인은 제철소 건설 당시 “조상의 피의 대가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한다”며 투혼을 불태웠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육사생도 시절이던 1965년 박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며 “박 회장과 같은 사심없고 애국심으로 충만한 지도자가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에게 지금 대한민국이 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 회장은 “‘나는 죽어서도 포스코를 지켜볼거야’라고 말하던 박 회장의 마지막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며 “박 회장의 제철보국,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이 ‘포스코 DNA’에 남아있는 만큼 철강업계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용 전 국가브랜드위원장은 “국민의 삶이 막막하고 눈앞이 보이지 않던 조국을 일으킨 박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선진강국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포스코는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에 박 명예회장의 전신 부조를 세웠다. 그의 사상을 종합한 학술서 ‘박태준 사상, 미래를 열다’의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영원한 안식처 포스코로 돌아온 가로 7.5m, 높이 4.0m, 두께 1.1m 크기의 철강왕의 부조엔 ‘우향우’정신이 깊이 새겨져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