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3년 미국인 색깔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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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국 조사, 백인인구 절반 이하로…히스패닉·흑인은 증가
이민·소수인종 출산 영향
백인 2060년엔 43%까지
이민·소수인종 출산 영향
백인 2060년엔 43%까지
지난해 11월 백인 여학생 애비게일 피셔(22)는 미국 텍사스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걸었다. 그는 성적이 나쁜 흑인과 히스패닉계 응시생들이 미국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때문에 대학에 합격했고 자신은 낙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미 2003년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 소송을 다시 받아들이고 지난 10월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백인들이 역차별을 거듭 토로할 정도로 미국 내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2043년엔 백인 인구가 절반 이하”
히스패닉(중남미계 소수인종) 흑인 등 소수인종 수가 늘어나면서 미국 사회의 주류가 바뀌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백인 인구 비중이 2043년 이후 5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지난달 말 현재 1억9780만명 수준(인구 비중 63%)인 백인 인구는 2024년(2억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2060년 1억7900만명(4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비(非)백인은 올해 1억1620만명(47%)에서 2060년 2억4130만명(57%)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백인은 1960년대 초 미국 인구 중 85%를 차지했다. 하지만 1965년 이민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멕시코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2000년 69%로 떨어졌다.
특히 히스패닉 인구는 2060년 1억2880만명으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조사국은 “미국은 백인 인구가 앞으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겠지만 어느 집단도 절반이 넘는 절대다수 인종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나이가 어린 집단일수록 인구 변화 속도는 더 빠르다. 1세 미만 백인 영아는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2028년에는 18~29세 사이의 미국인 중 50% 이상이 비백인 인구가 될 전망이다. 소수인종의 출산율이 높은 데다 혼혈 인구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혼혈 인구는 현재 750만명에서 2060년 2670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인구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4310만명에서 2060년 9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의 폴 테일러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는 미국 인구가 두 개의 주요 그룹으로 분류됐음을 보여준다”며 “그것은 나이 든 백인과 젊은 소수인종”이라고 분석했다.
○소수인종은 경제성장의 동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미국의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 비백인 유권자 중 78%의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이민법 개혁 등 소수 인종 유권자 입맛에 맞는 공약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에서도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동성 결혼’과 같은 젊은 유권자를 의식한 공약을 내놓고 있고 미국 대기업들이 스페인어 서비스를 앞다퉈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구 지형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소수자 특별 보호에 불만을 제기하는 백인들도 늘고 있다. AP통신은 “대학 입학 등에 적용되는 소수자 우대 조치가 도전받고 있다”며 “인권과 인종 평등 사이의 오래된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AP는 “이민을 통해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늘려온 미국은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보다 인구 감소 시점이 훨씬 늦어 경제 성장에 유리하다”며 “최소 2060년까지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