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에 기생하는 아네모네 피시는 환경 적응성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포식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왜소한 몸집으로 살아남기란 지난한 일. 놀랍게도 녀석들은 물고기의 천적인 말미잘의 입속에 은신처를 마련한다.
그들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우선 말미잘 앞에서 교태를 부리며 춤을 춘다. 말미잘이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면 곧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녀석은 자신의 온몸을 말미잘의 촉수에 부드럽게 비벼댄다. 그렇게 해서 말미잘의 감각을 자신의 감각에 적응시켜 나간다. 장밋빛 삶은 그렇게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업의 성공도 아네모네 피시의 삶과 같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는 ‘아네모네 피시 형’의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베팅이 되레 미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