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은 대기업의 시장인 것처럼 보입니다. 중소기업들은 돈을 조달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제3회 한경 마켓인사이트 포럼’에서 한 얘기다. 그는 “올해 발행된 회사채의 99%, 주식의 70%가 대기업 물량이었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성장형 중소기업일수록 자금조달이 더욱 힘들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전무)은 “내년에는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좋은 대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나머지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어떻게 차환할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수 한국신용평가 총괄본부장도 “자금시장에서 대기업 쏠림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중소기업이 주식 또는 채권시장을 통해 새로 조달한 자금은 6000억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전체 순조달 금액 24조7000억원의 2.4%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8.9%)에 비해 반의 반 토막으로 낮아졌다. 고 국장은 “기업규모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올 들어 다양한 중소기업 자금조달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7월에는 기술보증기금이 기술 등 미래수익가치를 기준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술가치연계보증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 나빠졌다. 금융위는 포럼 이틀 후인 13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내년엔 벤처캐피털 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융자 복합방식의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겉보기에만 그럴 듯한 대책이 아니라,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중소기업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