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4000억원. 결산을 앞둔 인천국제공항의 알기 쉬운 성적표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세계 최초로 ‘명예의 전당’ 등재와 함께 미국 여행전문지 글로벌트래블러와 항공서비스 평가전문기관 스카이트랙스의 최우수공항 수상으로 마침내 ‘그랜드 슬램’도 달성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공항업계 최고의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 3일에는 브리티시항공이 취항을 재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철수한 지 14년 만이다. 개항 12년차를 맞은 인천국제공항은 지금 84개 항공사를 통해 전 세계 172개 도시로 연결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공항으로 자리잡았다.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긍심인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인천국제공항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비전과 리더십 덕분이다. 인천국제공항에는 570여개의 기관과 기업에서 모두 3만5000여명이 종사한다. 태생적으로 공동의 비전을 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고객감동’을 목표로 다양한 상주기관과 업체 간의 유기적 소통채널이 가동되면서 끊임없이 서비스 개선과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영종도 갯벌을 메우던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관문공항에 대한 평가는 솔직히 혹독했다. 국제공항으로서 더딘 출입국 절차와 불친절을 떠올리던 시절이었다.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항공교통의 중심인 공항업무란 반복적 업무의 연속이다.

그러나 공항만큼 복합시스템의 작동원리가 중요한 현장도 드물다. 세관과 출입국심사 및 검역으로 요약되는 국제공항의 출입국업무는 공항의 서비스품질을 좌우하는 기본요소다. 상주기관과 업체들의 유기적인 공생시스템은 인천공항의 경쟁력이다. 다양한 상주기관들 간의 네트워킹은 인천공항의 비전을 공유하고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요체다.

○기업공개로 글로벌화 서둘러야


글로벌 공항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인천국제공항의 고민도 깊다. 우선 동북아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허브공항의 경쟁이 예측불허다. 일본은 나리타공항의 국제선 허브전략을 포기하고, 하네다와 국제노선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의식한 항공정책 수정이다. 중국은 베이징공항의 확장과 상하이공항을 비롯해 전국적인 허브공항 구축을 시도하면서 공항 확장을 위해 외국자본까지 참여시켰다. 세계 공항업계의 변화도 무쌍하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당시 이미 프랑크푸르트공항은 주식을 상장하면서 공항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세계 8개 공항과 지분제휴를 통해 세계 공항업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글로벌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약 5조원에 달하는 제2 터미널 건설을 앞두고 민간자본 유치를 위해 시도했던 일부 지분의 매각은 정치권의 몰이해로 무산됐다. 기업공개 의미와 세계적인 공항업계의 새로운 조류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한 공약도 새로운 위협이다.

여전히 20%를 밑도는 환승여객 비율은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취약점이다. 동남권역에 또 다른 허브공항 건설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향후 김해공항의 포화가 예상된다면, 공항의 확장이나 대체공항 건설에서 대안을 찾으면 된다. 수요가 불투명한 제2의 허브공항을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지금도 여전히 개점휴업 중인 무안공항은 건설 당시만 해도 광주공항을 대체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광주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두 개의 공항이 운영되면서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동남권역의 5개 공항을 과연 신공항이 대체할 수 있을까.

○해외시장에서 브랜드가치 구현해야

공기업 규제로 꽁꽁 묶여 있는 인력구조 문제도 국민의 기업인 인천국제공항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원전이나 철도 못지않게 해외시장 진출의 잠재력이 풍부한 공항산업에서 인천국제공항의 해외사업 전담인력은 22명에 불과하다.

항상 풍부한 수요가 존재하는 후발국들의 관문공항 건설과 운영시스템에 대한 수출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공항 개발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해외시장의 교두보 확보라는 점에서 보면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해외 공항 비즈니스를 위한 조직의 확충은 빠를수록 좋다. 정점에 이른 인천국제공항의 브랜드 가치를 지금부터 발 빠르게 구현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