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이은 배우 이병헌의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조2’가 12일 홍콩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아시아 프레스데이를 통해 처음 공개된 5분가량의 3D 영상에서 스톰 섀도 역을 맡은 이병헌은 라이벌 스네이크 아이즈와 숨막히는 대결을 펼쳤다. 암벽 사이를 건너는 배우들의 화려한 액션과 3D 입체영상으로 날아다니는 표창과 총알이 긴장감을 더했다. 이병헌은 “완성된 영상은 저도 처음 보는데 기대가 크다”며 “공들여 만든 멋진 복근을 3D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공개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병헌은 “스톰 섀도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쓸쓸하게 혼자 있는 모습이 매력적인 독불장군”이라며 “1편에서 스톰 섀도가 갖고 있었던 미스터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아이.조 2’는 약 20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할리우드에서 떠오르고 있는 존 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 브루스 윌리스 등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은 2009년 개봉해 전국 268만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속편은 세계 최고의 전투 부대인 ‘지.아이.조’가 ‘자르탄’의 음모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되고, 살아남은 요원들이 세상을 위해 ‘자르탄’을 상대로 거대한 전쟁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병헌이 전편에 이어 속편까지 스톰 섀도 역을 맡으면서 아시아계 남자 배우가 당당하게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할리우드 ‘맨즈 차이니즈 시어터’에 핸드 프린팅을 하게 된 아시아 최초의 배우로 선정된 데 이어 할리우드 차기작 ‘레드 2’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존 추 감독은 “이병헌이 1분의 독백 장면을 찍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는데, 스톰 섀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이었다”며 “눈이 부르르 떨리고 핏줄까지 세우면서 표정 연기를 하는데 촬영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고, 이병헌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마케팅팀과 ‘이런 거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까’라며 상의하는 등 할리우드 영화 제작 문화를 바꿨다”며 “이병헌의 성공은 아시아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1편에서는 액션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2편에서는 대사와 연기 비중이 높아졌다. 1편에서 단순 악역이던 이병헌은 2편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병헌은 “이런 표정을 지으면 혹시 이 나라 사람들은 다르게 해석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어느 문화권의 사람이든 그 감정을 잘 표현하면 이해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며 “외국 배우들 특유의 표정과 손짓 발짓까지 배우는 건 껍데기를 따라가는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신인이 갖고 있는 열정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작품을 대하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촬영장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이병헌은 “2편 촬영에 들어갈 때 촬영 스태프들이 제가 쓰는 소품인 칼에 ‘스톰 섀도’를 번역해 한글로 ‘폭풍 그림자’를 새겨넣어 준비했더라”며 “그걸 본 순간 기분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지.아이.조 2’는 내년 3월 말 개봉한다.

홍콩=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