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 강행…美 본토까지 핵위협 '가시화'
북한이 12일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은하3호) 발사를 강행했다. 한국과 미국은 위성 발사를 빙자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실험이라고 규정, 금융 부문을 포함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오전 9시49분50초(북한 주장 9시49분46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서해에 배치된 우리 세종대왕함이 90여초 뒤 (발사 사실을)첫 포착했다”고 말했다. 장거리 로켓은 9시52분28초 동창리 남쪽 45㎞, 고도 98㎞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으며, 53분28초 백령도 상공 180㎞를 통과한 후 58분26초에 일본 오키나와 상공(고도 473㎞)을 거쳐 탑재물(북한 주장 광명성3호 2호기 위성)이 위성궤도에 진입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은하3호를 통한 광명성3호 2호기를 발사 9분27초 만에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광명성3호 2호기는 97.4도 궤도 경사각으로 근지점 고도 499.7㎞, 원지점 고도 584.18㎞인 극궤도를 돌고 있으며 주기는 95분29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북한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은하3호 1·2·3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발사 때 공중에서 폭발한 실패를 만회했을 뿐만 아니라 2009년 발사한 은하2호 로켓의 최종 3단 분리 실패를 극복한 것이다. 우리 당국은 북한의 갑작스런 발사를 예측하지 못해 정보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가 성공적인 것으로 잠정 평가되면서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로켓 단 분리 기술뿐만 아니라 핵탄두 장거리 운반 능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전문가와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한 은하3호의 사거리를 1만3000㎞로 추정하고 있다. ICBM기술에 더욱 근접했다는 평가다. 은하3호의 ICBM 전환 성공땐 미국 본토가 위협을 받게 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핵탄두 운반체 개발 수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됐다. 2기 임기를 시작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최근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거꾸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리 대선 후보들도 19일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안보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책을 모색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국제 사회는 강력 반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3일 오전 1시)께 긴급 소집돼 북한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행위(a provocative act)라고 규탄했다. 토미 비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했다. 중국도 유감을 표시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