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잠정 평가됨에 따라 북한은 사거리 1만300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는 미국 본토를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두게 됐음을 의미해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은하3호’ 발사로 장거리 로켓의 핵심 기술인 단 분리 기술과 핵탄두의 장거리 운반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5기의 장거리 로켓은 모두 3단 로켓 추진체로 이뤄졌다. 1998년 8월31일 광명성1호(대포동1호)는 3단이 분리되지 않았지만 1600여㎞를 비행했다. 2006년 7월5일 발사한 대포동2호는 1단이 분리되지 않아 발사 40여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해 발사장 인근 해안에 떨어졌다. 2009년 4월 ‘은하2호’는 3단 분리에 실패했고, 올해 4월 ‘은하3호’는 1단 자체가 분리되지 않아 발사한 지 수분 만에 폭발했다.

이번 성공은 지난 4월 발사 때 공중에서 폭발한 실패를 만회했을 뿐만 아니라 2009년 발사한 ‘은하2호’ 로켓의 최종 3단 분리 실패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단과 2단 로켓 추진체는 로켓의 추진력과 비행거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단 분리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북한은 또 이번 발사를 통해 핵탄두의 장거리 운반 능력을 입증했다. 군 소식통은 “오늘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연소 시간은 156초로 지난 4월 발사 때 130초보다 26초 길어졌다”며 “이에 따라 사거리도 1만㎞ 이상에서 1만3000㎞ 이상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로켓 전문가들은 추정했다”고 밝혔다. 사거리 1만㎞면 미국 서부지역을 공격할 수 있고, 사거리 1만3000㎞면 미국 본토 거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관건은 북한이 미사일에 실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가졌느냐다.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폭발력 및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 수준을 향상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ICBM급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ICBM은 대기권 재진입 때 최고 마하 20의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섭씨 6000~7000도의 고열이 발생한다. 탄두가 이런 고열과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번 은하3호 발사로)핵을 탑재한 ICBM을 구축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획기적으로 진전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CBM이란=탄두를 장착하고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대기권 밖을 비행해 공격하는 사정거리 5500㎞ 이상의 장거리미사일을 말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