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최근 각자 발표한 공약집을 놓고 서로 ‘비현실적’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선공(先攻)은 새누리당이 날렸다. 지난 11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종범 의원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소요재원은 25조원이나 누락시킨 반면, 조달가능액은 50조원이나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70조원이 넘는 재정이 ‘펑크’가 난다는 것이다. 이를 분석한 A4용지 7장 분량의 자료까지 제시했다.

민주당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용섭 선대위 공감1본부장 겸 정책위 의장은 “아무리 대선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빈약한 자료로 공당을 비판하는 흙탕물 비방전을 지양하기 바란다”고 했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가. 기자는 양측이 내놓은 자료를 꼼꼼하게 뜯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달가능액 부풀리기’는 새누리당 측의 착오였지만 ‘소요재원 누락’은 민주당 측 오류도 있었음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은 각종 비과세 감면을 줄여 재원(연평균 5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이미 국세감면율이 2012년 기준 12.8%(민주당 목표 12.3%)로 낮춰져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11년도 기준 국세감면액(29조6000억원)의 20% 내외를 줄이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로 기준이 되는 시점이 달랐던 것이다.

민주당도 전혀 잘못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령 민주당은 공약집에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출구전략’을 돕는 도시재생사업의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매년 2조원(5년간 1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해 놓고도 공약집의 최종 소요재원 내역에는 누락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예산 틀 내에서 총지출의 자연증가분이나 재원 투입의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충분히 추진 가능한 사업들은 제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렇게 빠뜨린 사업들의 총 규모가 25조원이나 됐다. 내년 성장률이 연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예산의 자연증가분 등으로 충당 가능한 액수로 보기 어렵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서로의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 헐뜯기 이전에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부터 좀더 면밀히 점검해보는 게 어떨까.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