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 "MP3플레이어 사업 접고 내년 PC시장 진출"
아이리버가 내년부터 MP3 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하고 고품질 오디오기기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포기한 스마트폰 ‘바닐라폰’은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으로 다시 만들고 데스크톱 PC사업에 새로 뛰어들기로 했다.

◆스마트폰에 시장 내줘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방배동 아이리버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내년부터 (지금과 같은) 표준 MP3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MP3용 온라인 음원 서비스도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그는 “하이마트 등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판매되는 MP3플레이어의 절반가량이 아이리버 제품일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여전히 크다”며 “하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감소해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리버는 2005년 미국 애플을 상징하는 사과를 깨무는 광고를 내보내며 ‘애플과 한판 붙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정보기술(IT)업계에서 주목받던 기업이었다. MP3 시장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아이리버는 2003년 코스닥시장 상장 첫날 주가(액면가 500원)가 10만52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만드는 MP3플레이어와 휴대용 동영상재생기인 PMP, 전자사전 기능이 스마트폰으로 흡수되면서 시장이 거의 사라졌다. 아이리버는 지난해까지 13분기 연속 적자에 빠질 정도로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아스텔앤컨에 집중”

아이리버는 MP3 사업을 접는 대신 10월 내놓은 고품질 오디오기기 ‘아스텔앤컨’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스텔앤컨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질을 그대로 들려주는 MQS(Mastering Quality Sound) 파일을 재생하는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기기다. MQS 음원은 MP3플레이어는 물론 컴팩트디스크(CD)보다 해상력이 500~1000배 뛰어나다. 한 곡(4분 기준)당 200메가바이트(MB)를 사용하기 때문에 MP3(6~7MB)에 비해 훨씬 선명한 음질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온라인 음악사업도 아스텔앤컨에서 듣는 MQS 음원만 서비스할 계획”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2만곡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급 이어폰이 최근 많이 팔리는 것은 ‘고음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음악 애호가들이 아이리버의 새로운 고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데스크톱PC·스마트폰 진출

박 대표는 또 “내년 초에 알뜰폰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리버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태블릿PC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며 “MVNO 통신사업자들이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지금이 아이리버에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이리버는 ‘바닐라폰’이라는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일부 통신사에 공급했으나 판매가 부진해 지난해 9월 사업을 접었다. 이번에는 MVNO 사업자들과 함께 새로 시장을 개척해보겠다는 것이다.

아이리버는 또 내년 1분기 데스크톱 PC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박 대표는 “데스크톱 PC는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 중 하나”라며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공공시장에 납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아이리버의 경쟁력”이라며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우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글=심성미/사진=정동헌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