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지주회사격인 (주)동양의 주력인 건자재와 가전사업 부문의 매각을 추진하자 시장에서는 현재현 회장이 그룹 회생을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시멘트와 에너지를 제외한 사업부 전체를 팔 수 있다는 의미로, 유동성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주)동양은 건재, 가전, 건설, 섬유, 플랜트 등 5개 사업부를 갖고 있다. 매각 대상인 건재 부문은 레미콘 등을 생산한다. 가전 부문은 지난해 흡수합병한 동양매직이 전신이다. 둘 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다. 올 3분기까지 (주)동양의 누적 영업이익은 507억원으로, 건자재와 가전 부문에서 각각 298억원, 134억원의 이익을 냈다.

나머지 사업 부문은 대부분 손실을 내고 있다. 팔릴 수 있는 알짜 사업부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다른 계열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화력발전소 사업에 집중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지난 4월 삼척시와 발전소 사업에 2022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올 연말께 사업자로 선정되면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정리 작업이 이뤄진다면 섬유사업을 하는 한일합섬과 정보기술(IT) 및 유통업을 운영하는 동양네트웍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동양그룹은 2006년 한일합섬을 3745억원에 인수해 섬유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패션 독립사업부를 출범시키고 ‘매그앤매그’ ‘윈디클럽’ 등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의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시멘트와 에너지가 아닌 것은 모두 매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사업 부문 매각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2조원가량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시멘트와 에너지 중심으로 그룹 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외형 규모에 집착하지 않고 견실한 미래를 위해 선택한 결정”이라며 “시장 상황과 거래 조건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