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금융회사 자본 및 유동성 규제인 바젤Ⅲ 도입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정된 일정대로 규제를 시행하려는 국내 금융감독 당국과 달리 미국·유럽 등에서는 규제 도입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달 초 “은행권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내년으로 예정된 자기자본 규제 시행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유럽에서도 연기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들은 “우리만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며 시행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15년부터 시행되는 유동성 관련 규제를 문제삼고 나섰다. 미국 유럽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기본자본(Tier1) 비율 등 자본규정은 거의 충족해 도입 연기의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바젤Ⅲ는 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국내 은행의 평균 LCR은 지난 3월 말 기준 100%를 조금 웃돌지만 은행들은 이 비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LCR을 높이려면 국공채를 대거 사들여 고유동성자산을 늘려야 한다”며 “이 규제 때문에 내년 은행별로 1조원가량의 국공채를 불필요하게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은행에 이미 자금이 풍부하고, 은행채로 돈을 비싸게 조달해서 국공채를 사면 역마진이 생긴다”며 “예대율 100% 규제가 있는데 이중 삼중의 추가 규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예금 유치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LCR 규정에 따르면 기업예금은 유출률이 75~100%로 잡혀 고유동성자산으로 거의 인정받지 못하지만 개인예금은 유출률이 5~10%로 대부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우 금융감독원 바젤전담팀장은 “자기자본 규제는 그대로 시행하되 유동성 규제 도입 시기에 관해서는 차차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