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 GS칼텍스 ‘배짱 장사’…점유율 추락에도 기름값은 제일 비싸

‘만년 2위’ 기름 회사인 GS칼텍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휘발유를 싸게 파는 알뜰주유소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1위 SK에너지와의 격차는 여전하고 3, 4위 정유사들의 추격은 강도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으로 GS칼텍스 폴사인(간판)을 단 주유소는 320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4곳 줄었다. 주유소 숫자가 최고치였던 2010년에 비해 270곳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에너지는 4590곳에서 4334곳으로 5.6%, 현대오일뱅크는 2428곳에서 2351곳으로 3.2% 줄었다. GS칼텍스의 주유소 감소폭이 7.7%로 가장 컸다. 정유 4사 가운데 주유소 숫자가 가장 적은 에쓰오일은 1895곳에서 1941곳으로 되레 2.4% 증가했다.

GS칼텍스가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도 2010년 499곳에서 326곳으로 35% 가량 줄었다. 2년 사이 3분의1 이상의 직영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에 주유소 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운영 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라며 “정유사들이 적자를 내는 직영 주유소들을 빠르게 정리해 다른 용도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숫자 변화는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까지 석유시장 전체 점유율에서 GS칼텍스와 1위 SK에너지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10년 1.7% 포인트에 불과했던 점유율 격차가 올 3분기엔 4.4% 포인트로 커졌다.

휘발유, 등유, 경유를 포함한 국내 경질유 시장 점유율에서는 3위 현대오일뱅크의 추격이 매섭다. 3년 전까지만 해도 2위 GS칼텍스와 3위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 차이는 10.6% 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올 3분기엔 3.8% 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럼에도 주유소 공급가는 올 8월 이후 GS칼텍스가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서 세전 정유사별 공급가격을 보면 보통 휘발유 기준으로 GS칼텍스의 공급가는 지난달 평균 ℓ당 910.42원이었다. 가장 낮은 SK에너지와는 공급가에서만 40.65원 차이가 났다. 10월 공급가 차이는 57원으로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SK와 GS의 원가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주유소 공급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SK가 서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름값 전략에서 보다 많은 고민을 하는듯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