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신문 광고인 대상을 수상한 이상욱 농협중앙회 홍보실장(상무)은 틀을 깨는 시도로 주목받은 마케팅 달인이다. 50여년 만의 구조개편으로 재출범한 농협의 새로운 이미지를 앞장서 구상했다. 12년간 유통 현장에서 발벗고 뛰었던 경험이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의 밑거름이 됐다.

이 상무는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농협유통 파주 하나로클럽 점장, 서울 영등포와 강서 공판장 등을 거쳤다. 2007~2009년엔 농산물 소매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농협고양유통센터 사장을 맡았다. 유통현장에서 익힌 소비자 전략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끄는 유통전략’(2001) ‘톡톡 튀는 유통마케팅’(2002년)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매장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 상품별 포장재를 특화하는 등 여러 실험들을 했던 것이 지금도 광고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홍보실장을 맡은 뒤엔 농협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는 데 역점을 뒀다. 농업인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조직’으로서 농협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판매농협’ 구현을 위해 올해 조직개편을 거친 농협은 더욱 통합된 이미지가 필요했다.

지난 3월 농협중앙회는 경제지주, 금융지주,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으로 분할됐다. 지역을 기반으로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사업 등을 펼치는 지역 조합도 상존하고 있다. 새로 출발한 계열사는 각각의 설립 목적에 맞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야 했다. 지역조합과 이미지가 부딪히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과제였다.

이 상무는 우산 농협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높은 신뢰감을 기본으로 각각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하는 식의 초기 전략을 짰다. 각 계열사의 브랜드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같이의 가치’라는 캐치프레이즈였다. 기회의 제공과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이미지 광고를 제작했다. 농업인은 물론 도시민을 광고 타깃으로 삼았다.

농협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개설해 고객과 쌍방향 소통을 강화했다. 젊은 층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홍보단과 NH영서포터즈도 운영했다. 식사랑농사랑운동과 산골음악회 등을 통해 젊은 농협 이미지를 만들고 미래의 고객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엔 브랜드 관리를 위해 농협상표를 무단으로 도용한 사례 200여건을 집중 단속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은 올해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12년 한국브랜드가치 상위 10개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내년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광고에 접목시키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골목상권에 신선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협의 동반성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만큼 광고로 보여줄 게 더 많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경 광고인상 수상을 통해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상품과 가격, 유통입지, 홍보촉진을 뜻하는 마케팅의 ‘4P’ 전략에 ‘철학’을 추가해 나만의 ‘5P’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