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주식시장에서 명품 관련주들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강세가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부동산 가격 반등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정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12일 "프랑스의 크리스챤 디오르, PPR(구찌, 입생로랑), LVMH(루이비통, 불가리), 그리고 스위스의 리치몬드(까르띠에, 몽블랑)의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유럽 증시는 11월 저점 이후 6.3% 반등했지만(Stoxx 600지수 기준), 유럽주요 럭셔리 기업들로 구성된 Euro 럭셔리지수는 10.7% 상승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탈리아의 프라다 주가 역시 2011년 6월 IPO(기업공개)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프라다의 3분기 매출액과 순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33%, 57% 급증한 것으로 발표됐으며 2012 회계연도의 연간 실적 가이던스 역시 상향 조정됐다.

명품 소비와 관련해서는 중국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세계 명품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은 일본이 29%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이 27%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의 명품시장 규모는 연평균 30% 가까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의 규모가 상위 부유층에크게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추가 성장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구찌와 입생로랑을 보유한 프랑스 PPR그룹이 중국 보석업체 키린(Qeelin)을 인수해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로 한 것도 명품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유럽 명품업체의 주가 강세는 중국 부동산 반등에 따른 '부의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대우증권은 판단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저소득층에 비해 실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고소득층의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며 "소비재 판매 역시 일반 내구소비재보다는 사치재 소비 증가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것도 같은 논리"라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중국의 주택가격 상승률과 럭셔리지수를 함께 그려보면 그 궤적이 유사하게 나타난다"며 "5월을 기점으로 완만하게 반등하고 있는 주택가격이 중국 부호들의 명품 소비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타 명품 브랜드에 비해 중국인이 선호하는 LVMH(루이비통), 리치몬드(까르띠에), 에르메스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도(샤넬은 비상장) 일견 이해가 가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부동산 정책은 계층간 불균형과 지도부 교체 이후 사회안정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규제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그는 그러나 부동산 경기의 가격과 기간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현 상황에서 내수 소비 진작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지도부가 추가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완만하게나마 반등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중국 부호들의 명품 소비 기반을 강화시키는 배경이 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