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국 시장에 판매된 외국 스마트폰은 딱 두 개다. 지난달 6일 중국 ZTE가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 내놓은 제트폰과 지난 7일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애플 아이폰5다.

제트폰은 판매가격이 23만9000원인 저가형 스마트폰이다. 통신사 가입 없이 일반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급제폰으로 나왔다. 애플을 제외한 선진국 업체들은 한국에서 설 땅을 잃었고, 제트폰처럼 값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중국업체들이 빈 자리를 메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노키아도 힘 못 써

올해 들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은 대만 HTC와 미국 모토로라다. HTC는 지난 7월 철수 계획을 발표했고 모빌리티코리아는 지난 10일 한국 시장을 떠난다고 공표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외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애플과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코리아(옛 소니에릭슨 코리아), 리서치인모션(RIM), 노키아, ZTE 등 5개 업체다.

이 가운데 애플을 제외하면 눈에 띄게 활동하는 곳이 없다. 소니는 지난해 9월 ‘엑스페리아 레이’를 내놓은 이후 신제품이 없다. RIM은 지난해 9월 블랙베리9900, 노키아는 작년 12월 루미아710 모델을 선보인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HTC 역시 올해 신제품을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3분기 외국산 점유율 1% 미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99.3%였다. 삼성전자가 72.4%로 가장 많았고 팬택 14.2%, LG전자 12.7%순이었다. 외국 스마트폰 업체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1%에 못 미쳤다.

4분기에는 애플이 아이폰5를 새로 내놓았기 때문에 외국 스마트폰 비율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업체들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ZTE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대신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ZTE는 내년에 LTE 스마트폰을 한국에 내놓는 등 진출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기업용 태블릿PC를 시작으로 한국 모바일 기기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통신사로부터 네트워크를 도매로 사들인 뒤 재판매하는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이나 자급제폰이 활성화되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출시 여력 상실

외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 고착화다. 휴대폰 선두업체였던 노키아는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인 ‘정크’ 수준으로 강등됐고 북미 시장의 강자였던 RIM 역시 1년 넘게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HTC와 소니도 시장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이들 기업은 한국 시장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한국 이동통신 시장이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빠르게 전환한 것도 원인이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주파수를 쓰는 3세대(3G)에 비해 LTE는 주파수가 세분화돼 있어 나라마다 부품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독특한 유통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 일부를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외국 업체들은 이런 구조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