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선지원금 27억은 `먹튀'" 李 "6억 상속ㆍ증여세 냈나"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10일 어려워진 서민의 삶을 놓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각각 제기하며 정면 충돌했다.

박ㆍ문 후보는 이날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경제분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작심한 듯 약 100분간의 토론 내내 한 치의 양보 없는 격한 공방을 벌였다.

대선을 불과 9일 앞두고 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후보는 각각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의 `민생 실패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불꽃 튀는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의 `원맨쇼' 외에는 밋밋했다는 평가가 나온 지난 4일 1차 TV토론과 달리, 이날 토론에서는 첫 상호토론 때부터 두 후보의 물러서지 않는 승부가 펼쳐졌다.

◇ 朴-文, 민생실패 `네탓 공방' = 박 후보는 노무현정부의 실정론을 적극 제기하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후보를 강도높게 몰아세웠고, `정권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운 문 후보는 이명박정부의 실정에 대한 박 후보의 공동책임으로 맞섰다.

포문은 문 후보가 먼저 열었다.

문 후보는 이명박정부에서 민생뿐 아니라 민주주의ㆍ경제성장ㆍ남북관계ㆍ지역균형발전이 파탄났다고 평가하면서 "민생실패에 박 후보의 공동책임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참여정부 때 얘기를 먼저 안할 수 없다"며 운을 뗀 뒤 노무현정부 시절 대학등록금ㆍ부동산값ㆍ가계부채 급등을 지적하면서 "문 후보의 정책은 참여정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맞받았다.

박 후보는 또한 "지난 5년간 야당이 무슨 일이 있으면 `박근혜가 답하라, 박근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정부가 박근혜를 불법 사찰했다'라고 한 것 기억나느냐"며 공동책임론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민생을 충분히 보살피지 못했다, 양극화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하면서도 "참여정부가 민생을 못한 부분은 2007년에 충분히 심판을 받았다"며 "이제는 새누리당이 심판받을 차례"라고 응수했다.

◇ 朴-文, 경제민주화 놓고도 설전 = 이번 대선의 최대 정책 화두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를 놓고도 박ㆍ문 두 후보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그 사례로 출자총액제 무력화, 계열분리 명령제 철회 등을 꼽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계열분리 명령제는 공약한 적이 없고 출총제는 이명박정부에서 폐지한 것"이라고 즉각 반박하면서 출총제 폐지에 따른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박 후보는 아직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움)를 주장하는데, 줄푸세와 부자감세가 뭐가 다르냐"고 역공을 펼친 데 이어 한때 논란이 된 박 후보와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견해차'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감세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중심으로 상당부분 실현됐다"고 설명한 데 이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김종인 위원장이 인터뷰했다"고 맞섰다.

◇李 `朴 공세' 계속..朴 `李 사퇴론' 역공 = 이정희 후보는 1차 TV토론에 이어 2차 TV토론에서도 박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고, 박 후보는 1차 때의 소극적 답변과 달리 `정면 대응'에 나섰다.

사회자가 토론 초반부터 "품격이 묻어나는 수준높은 토론을 해달라", "위법한 발언은 삼가달라", "주제에 한정해 발언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두 후보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부터 새누리당이 1차 TV토론 직후 TV토론 참여자격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점을 거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고 하니 놀랍다.

박정희스타일, 유신스타일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따졌다.

나아가 "박 후보는 18년간 청와대에서 살다가 1980년 경남기업 회장이 무상으로 지어준 성북동 집에 들어갔다"며 "300평 넘는 집을 거져 넘겨받았는데 증여세, 취득세를 내지 않았다"며 2차 공세를 예고했다.

또한 이 후보는 박 후보와의 상호토론에서 "지난 8월7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답을 못했다"며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 규모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현재와 내년의 최저임금을 각각 답하면서도 "스무고개 하듯 `이것을 상대가 모르면 골탕 먹여야지' 하는 식은 별로 바람직한 대선 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의 토론 태도를 꼬집었다.

또한 "미래 큰 비전을 놓고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나라를 이끌까를 얘기하기도 바쁜데 `이것은 얼마, 저것은 얼마' 이런 식으로 하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것 숙제해왔느냐' 이런 식의 느낌을 받는다"며 이 후보의 공세를 적극 차단했다.

나아가 복지 문제 토론 도중 박 후보와 이 후보는 또한차례 충돌했다.

이 후보가 박 후보가 전두환정권에서 받은 6억원을 재론하면서 "당시 은마아파트 30채 값으로 지금 시가로 300억원인데 상속세, 증여세를 냈느냐"며 박 후보를 몰아붙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미 답을 드렸다"고 자르면서 "이 후보는 현실적인 코 앞의 답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대선 끝까지 완주할 계획은 없으시죠. 끝까지 나갈 생각도 없으면서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고...국회에서 논란이 된 먹튀법에 해당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박 후보는 또한 이 후보가 자신의 답변 과정에 끼어들며 질문에 나서자 "지금도 룰을 어기면서 얘기하는데 이런 식으로 토론이 흘러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사회자에게 주의도 받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